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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경준 검증 실패한 공직자윤리위의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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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경준 검증 실패한 공직자윤리위의 책임은 없나

입력
2016.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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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4월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할 당시 부실 검증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윤리위는 진 검사장의 계좌에 2005년 넥슨 주식 매입 직전 4억원을 넥슨에서 빌리고 몇 개월 후 갚은 기록을 근거로 잠시 돈을 빌렸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진 검사장이 넥슨에 갚았다는 4억원이 그의 장모와 친모 계좌로 2억원씩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고, 이는 진 검사장 구속의 단초가 됐다. 윤리위가 제대로 검증했으면 특임검사까지 갈 필요도 없었던 셈이다.

공직자윤리법 제8조는 공직자 재산 검증을 위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에 금융거래 내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의 영장 없이도 특정인 계좌를 열어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법 조문엔 계좌조회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진 않지만 재산등록에 포함되는 배우자와 직계 존ㆍ비속도 당연히 해당된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당시 진 검사장 의혹의 핵심은 주식 매입 자금 4억원의 출처였던 만큼 본인은 물론 친인척 등 주변 계좌 확인은 필수적이었다. 만일 윤리위가 권한대로 친인척 계좌까지 들여다봤다면 비리 적발의 단초를 쉽게 포착했을 법하다.

진경준(49)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진경준(49)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윤리위는 재산 신고 과정에서도 진 검사장과 넥슨의 부적절한 주식 거래를 걸러 내지 못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초 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그가 보유한 넥슨 주식에 대한 주식백지신탁 직무관련성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과거 증권ㆍ조세 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을 지낸 그의 대규모 주식 보유를 허가한 것이다. 이후 진 검사장이 주식 처분으로 12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사실이 올해 재산변동 내역에 포함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할 때까지 윤리위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고위공직자 재산 심사와 검증을 위해 설치된 윤리위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윤리위의 소극적 자세뿐만 아니라 조사 시스템 자체의 한계도 뚜렷하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으로 구성된 심의기구로, 사무국 역할은 인사혁신처 윤리과가 대신하고 있다. 윤리과 소속 공무원 중 재산등록이나 심사를 맡은 직원은 약 10명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윤리위 시스템으로는 13만명에 이르는 신고 대상 공무원의 재산 심사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윤리위의 체질 개선과 함께 조직과 관련 법령의 손질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2의 진경준 파문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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