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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새 먹거리라더니… 단종보험 석달째 '판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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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새 먹거리라더니… 단종보험 석달째 '판매 0'

입력
2015.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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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낮아 수익에 큰 도움 안 되고

인력 교육·단말기 설치비 등 부담

복잡한 판매 절차도 여전히 걸림돌

당국·업계 모두 전향적 태도 필요

보험업계의 새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단종(單種)보험대리점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단종보험은 쉽게 말해 부동산 중개소에서 화재보험을, 여행사가 여행보험을 파는 식으로 간단한 보험의 현장 판매를 허용해 주는 제도.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 금융당국은 업계의 무성의를 탓하는 사이 좀처럼 첫 상품이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사장시키지 않으려면 업계와 당국 모두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손해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단종보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아직까지 관련상품 판매실적은 0건에 그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일단 허가부터 받아 놓자는 취지로 KB손보와 현대해상, 삼성화재, 롯데손보 등 4개 손보사가 달려들었으나 이들 모두 판매실적은 물론, 상품 준비상황에서도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롯데손보가 롯데그룹 계열사인 하이마트를 통해 가전제품 품질보증서비스 기간을 연장해주는 보증연장(EW)보험을 곧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출시일정은 미정인 상태다.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는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업자가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해 본업과 관련된 일부 보험종목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처럼 단종보험대리점이 판매채널로 새로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상품판매를 위해선 단종보험대리점 직원(일반 제품ㆍ서비스 판매업자)의 교육이 필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험연수원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단종보험대리점 등록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9월말 현재 848명에 불과하다. 제도가 시행된 7월 8명에 그쳤던 것이 8월 453명, 9월 386명으로 늘고 있지만 단종보험대리점 시장규모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 당시 단종보험 시장규모를 손보사 원수보험료의 1.3% 에 달하는 7,600억원 정도로 추산하며 단종보험이 손보사의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손보사들은 기대되는 수익에 비해 들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며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선 단종보험은 대부분 보장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손해보험상품이어서 기본적으로 보험사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크다. 또 이미 대부분 보험사들이 온라인이나 방카슈랑스, 홈쇼핑 등으로 판매채널을 다양화한 상황에서 부동산, 애견샵 등처럼 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다채널에 새로 진출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보험대리점 등록을 위해 필요한 인력교육 및 업무를 위한 전용 인터넷 회선이나 컴퓨터와 같은 단말기 설치에 따르는 비용적 부담도 크다는 게 손보사들의 주장이다.

단순한 보장내용에 비해 여전히 복잡한 상품 판매절차도 걸림돌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전제품이나 집, 애완견을 사러 온 고객에게 30분~1시간씩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상품판매절차 단순화 등의 대책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업계의 반응이 못마땅하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불평만 한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업계 영업담당 임원들이 1년 단위로 성과를 평가 받다 보니 새로운 채널에 도전하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진입장벽을 낮춰줬으니 이제는 불평만 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앞서 당국은 단종보험설계사에 한해 설계사 자격시험을 면제하고 설계사 등록교육 시간도 기존 20시간 이상에서 8시간 이상으로 완화했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판매채널을 만드는 것인 만큼 급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제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당국과 업계가 필요한 규제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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