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정지훈] 자전거 도로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한다면?

입력
2015.08.16 10:30
0 0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으로 미래 에너지를 100%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12년 가디언지의 보도로 세계에 알려진 이 뉴스는 세계 최대 산유국도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미래를 대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신재생 에너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은 태양광과 풍력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 중 재미있고 독특한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규모 태양광 플랜트나 풍력발전 단지 등에서의 전력 생산만을 놓고 보면, 기존의 원자력이나 화력발전 대비 경제성을 기준으로 따지기 일쑤여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다양한 창의적 프로젝트들이 전달하는 또 다른 시각을 보면서 조금은 달리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최근처럼 무엇인가를 만들고, 혁신하는 비용이 저렴한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한 태양광, 풍력 등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이나, 더 나아가서는 소규모 수력이나 체온, 움직임이 많은 다양한 현상 등을 활용하는 것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창의적인 태양광 프로젝트로는 세르비아의 딸기나무 프로젝트와 핀란드의 태양광 레스토랑, 네덜란드의 솔라로드(SolaRoad) 등이 눈에 띈다.

세르비아 도시 여행자가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면 태양광 기반 배터리 충전과 Wi-Fi가 가능한 스테이션 ‘딸기나무’를 찾으면 된다. 벨그레이드(Belgrade) 대학 Milos Milisavljevic의 아이디어로 그가 학생들과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가 우리 생활을 바꾼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에 기반해 스트로베리 에너지(Strawberry Energy)라는 회사가 설립됐고, 이 회사는 현재 세르비아 주요 도시에 10여 군데에 딸기나무를 설치했는데, 최근에는 광고판을 붙이는 비즈니스 모델도 나와서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처음 설치된 벨그레이드 대학 딸기나무에서는 이미 10만 명 이상 사용자가 수만 번의 충전을 했다고 한다.

세르비아 딸기나무 프로젝트(http://senergy.rs/proizvodi/?lang=en)
세르비아 딸기나무 프로젝트(http://senergy.rs/proizvodi/?lang=en)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와 태양광을 결합한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250마일에 이르는 암스테르담 자전거 도로 상판을 크리스털 실리콘 태양전지가 포함된 투명한 강화유리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로, 솔라로드(SolaRoad)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1㎡당 연간 50kWh 정도의 발전이 가능하며,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는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서 도로 신호등이나 가로등을 밝히고, 남는 전기는 인근 가정에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낮 시간 전력을 보충할 수 있고, 동시에 배터리 충전으로 밤에도 전력원으로 쓸 수 있다.

네덜란드 솔라로드의 개념도 (http://www.solaroad.nl/en/)
네덜란드 솔라로드의 개념도 (http://www.solaroad.nl/en/)

풍력 에너지 분야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다. 미국의 Altaeros Energies는 MIT에서 기술을 개발해서 법인화가 된 기업으로 2014년 12월 일본 소프트뱅크가 7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해서 유명해진 곳이다. 350피트(약 100미터) 상공에 공중풍력터빈(airborne wind turbine, AWT)을 띄워서 발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공중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의 세기가 세지고 일정하기 때문에, 향후 상용화를 할 때에는 상공 1,000 피트까지 높이를 올린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산이나 들판에 타워 형식으로 만든 풍력 터빈에 비해 이렇게 상공에 연을 띄우는 방식으로 발전을 할 경우 2배 이상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기술은 미국 메인 주의 라임스톤시에서의 테스트를 거쳐서, 알래스카에서 본격적인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일반적인 타워 터빈에 비해 5배 이상의 풍속을 가진 풍력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어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경제적인 효과로 환산할 경우 비용을 65% 감소시킬 수 있으며, 설치하는 시간도 타워형의 경우 수 주일이 걸리지만 AWT는 며칠 만에 띄워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상공에 띄워지기 때문에 소음도 적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은데다가, 관리비용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기술이다. 다만 비행기들의 항로에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입지선정에는 다소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풍력발전 기기는 쉽게 확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풍력 발전이 간단해 보여도 아직은 크레인을 통해서 터빈과 날개를 설치해야 하고, 타워를 짓는 등의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성이나 접근성에 문제가 많았다. 최근 규모가 작으면서도 간단한 풍력 발전 기술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AWT 역시도 간단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의 측면에서의 강점도 많아서 향후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기술로 보인다. 물론 강풍에 견디고, 풍선이 터지는 걸 방지하는 등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지형적인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이와 유사한 기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구글도 이와 같은 최첨단 풍력발전 기업인 마카니 파워(Makani Power)를 인수해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한데, 하늘에서 풍력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일종의 연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마카니파워는 최근 구글이 발표한 알파벳(alphabet, 다양한 기술과 새로운 혁신사업과 관련한 지주회사로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운영, 구글은 단지 알파벳의 G에 불과하다고 선언)의 ‘M’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케냐의 2명의 토착주민들이 설립한 Craftskills Enterprise라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매우 작은 풍력발전 터빈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버려진 나무나 고철, 플라스틱 등을 이용해서 터빈을 만드는데, 각각의 터빈들은 약 10가구 정도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현재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등 아프리카 80군데 정도에 설치되었으며, 지역사회 기반으로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 없어서는 안될 발전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미국의 네이티브 인디언들도 마이크로 풍력발전을 이용을 하고 있는데, 노스다코다 주의 대평원에 사는 인디언들은 이 지역이 바람이 많은 것을 이용해서 총 80MW 규모의 풍력발전 플랜트를 짓고 지역사회 기반의 발전시스템을 완비하였다. 이를 통해 가정과 각종 공공기관과 학교는 물론 지역의 경제를 위해 건립한 카지노의 전력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몰디브는 2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남태평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나라이지만, 식수 문제로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렬한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세계적인 태양광 정수 기술들이 발전하게 되었다. 보통 100와트 정도의 발전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 하나 당 하루에 132 갤런 정도의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식수로 이용할 수 있다.

섬나라인 필리핀에는 아직도 국가의 전력시스템이 닿지 않는 마을이 1만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 마을에서 완전히 전기를 포기하고 살 수는 없는 법.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소수력 발전 기술이다. 마을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지역사회 기반으로 7.5~35kW 정도의 용량을 가진 수력발전 플랜트를 짓는다. 필리핀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커다란 강은 아니어도 작은 냇물은 많다. 여기에 지형적인 특징을 감안하여 약간의 낙차를 가진 물의 흐름을 만들고, 이를 물레방아처럼 생긴 터빈을 돌리도록 하면 발전이 가능하다. 그다지 커다란 공사비용이 들지 않고도 지역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어서 필리핀 전역으로 보급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개발도상국에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포틀랜드시는 소수력 발전과 유사한 원리를 이용해서, 도시의 상수도관에 터빈을 배치해서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중력으로 압력을 유지하는 커다란 상수도관 하나에 4개의 터빈을 달아서 200kW 정도 용량의 발전을 한다. 매년 1,100 MWh의 에너지를 생산해서 150가구 정도의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도시의 상수도관을 이용한 소수력 발전 (http://www.lucidenergy.com/)
도시의 상수도관을 이용한 소수력 발전 (http://www.lucidenergy.com/)

이처럼 신재생 에너지는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무엇인가를 태워서 거대한 터빈을 돌리고 중앙집중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 생활과 연관된 작은 혁신을 무수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아직은 산발적인 실험의 단계에 있는 것들이 많지만, 단순한 연구의 수준을 넘어서 다양하게 도입이 실제로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언에서도 보듯 이런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중국도 소리없이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기술을 축적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더욱 필사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실험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더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정지훈 '미래기술 이야기' ▶ 시리즈 모아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