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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김무성 또 영화정치… 부친 '친일' 감싸기?

입력
2015.08.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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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암살 을 관람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암살 을 관람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영화 한 편이 상영됐습니다. 1933년 독립군과 임시정부 대원들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그린 영화 ‘암살’입니다. 개봉 2주만에 관객 700만명을 동원하면서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432석 규모의 대회의실 자리는 일찌감치 동났습니다. 주최측에서는 100여개의 보조의자를 준비해 통로에 놓았지만 이 역시도 순식간에 없어졌고, 회의실 뒤쪽으로 입석(?)까지 생겨 이 ‘영화관’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에어컨이 부지런히 돌았지만 장내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독립유공자 등 국가유공자와 의원들, 당직자 등 600여명이 운집한 이 ‘대박 행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의 공동 작품이었습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애국심 확산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암살’ 상영회를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암살’의 국회 상영 타이밍은 적절했고, 전체적인 행사의 내용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참석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대표는 행사 전반에 “우리 모두 그 시대로 돌아가서 대한독립 만세를 한번 불러보자”며 관객들과 만세삼창을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 역시 행사 취지에 부응하는 이벤트였습니다. 덕분에 장내 분위기도 달아올랐습니다.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국회 스크린에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엔 ‘연평해전’이 상영됐고, 지난 2월에는 ‘국제시장’이, 작년에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다룬 ‘명량’이 걸렸습니다. 통상 국회가 장소를 대고 배급사가 필름을 무료로 제공하는 국회 영화 상영은 최근 부쩍 잦아지면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많은 국민들이 보는 영화를 ‘나도 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대중과의 소통 이미지가 적지 않게 형성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휴가 때 읽은 책을 공개하는 것 못지않게 영화 관람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전달되는 정치적 메시지는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화 '암살' 상영회가 열렸다. 입석까지 가득 찰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화 '암살' 상영회가 열렸다. 입석까지 가득 찰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 대표는 6ㆍ25 전쟁, 흥남 철수, 파독 광부ㆍ간호사, 베트남전 등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면서 이 시대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국제시장’을 관람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미국 방문 중에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가진 오찬연설에서 “아들(고윤)이 배우 하는 것을 반대했는데 영화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도 했습니다. 고윤은 ‘국제시장’에서 피난민 구조를 위해 미해군 함장을 설득하는 통역관 역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김 대표의 애정과 현대사에 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입니다.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해도 그 행위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마련입니다. 이 경우는 ‘영화 정치’로 불립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하며 성폭력 등 4대악 척결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인간적인 왕의 모습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봤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 행위로 해석 됐습니다.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날 영화 상영회를 열었을까요. 앞서 독립투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이 메시지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이자 공식 멘트일 뿐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합니다. 김 대표는 잊힐 만하면 거론되는 부친의 친일행적 논란 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간의 비난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아버지가 친일인사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독립투사들이 친일인사들을 암살하는 영화의 상영회를 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또 영화는 우리 사회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친일파 청산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영화를 초청해 상영회를 연 것을 두고 부친의 친일 행적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바닥 다지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일제 식민지배 하에서 부친이 펼친 민족교육사업 등을 다룬 평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입니다.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의 유정훈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집에 가는 그 순간까지 먹먹한 감정을 오랫동안 가져가실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만약 그 시대에 내가 살아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 형태로 독립운동 또는 조국을 찾기 위한 애국행위를 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보는 것이 바로 이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김무성 대표는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일어 섰을지 사뭇 궁금합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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