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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야기하는 남녀 간극을 회복하는 게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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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야기하는 남녀 간극을 회복하는 게 페미니즘”

입력
2016.05.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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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작가는 26일 트렁크갤러리에서 "어떤 관습에 얽매이지 말자는 게 페미니즘 담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박영숙 작가는 26일 트렁크갤러리에서 "어떤 관습에 얽매이지 말자는 게 페미니즘 담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저는 앞으로도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갈 겁니다. 누군가 ‘페미니스트 작품은 절대 안 사겠다’고 말해도 저는 계속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작업할 거에요.”

개인전 ‘미친년 발화하다’를 열고 있는 사진작가 박영숙(75)씨를 3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서 만났다. 1세대 페미니즘 작가이자 대모로서 한국미술계에 자리매김해온 그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갖는 대규모 전시에 잔뜩 들뜬 표정이었다. 1999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의 주제이기도 한 ‘미친년’은 남성 중심의 질서와 권위에 도전한 진보적 여성을 일컫는 용어이자 동시에 자신의 주장을 펴지 못하고 참다가 내적으로 곪아버린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중적 언어다.

그가 1999년부터 해온 작업 '미친년 프로젝트'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한국 여성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 '미친년'은 기존 남성중심의 질서에 순응한 여성과 그것에 저항하는 여성을 동시에 가리킨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그가 1999년부터 해온 작업 '미친년 프로젝트'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한국 여성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 '미친년'은 기존 남성중심의 질서에 순응한 여성과 그것에 저항하는 여성을 동시에 가리킨다.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대학교 다닐 때까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았다”고 할 정도로 차별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에게 가부장적 권위와 부당한 성 역할이 지탱하는 당대 사회는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남성 중심 사회가 아니었다면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도 없었을 것”이라는 박 작가는 1975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여성의 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선보인 여성의 다양한 현실을 주제로 한 사진 작품을 시작으로 40대에 본격적으로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어 1992년에는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해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국 페미니즘 미술계를 이끌어온 박영숙 작가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혐오’ 문제에 대해 “그 사건으로 페미니즘이 재론되고 있다”며 “여성의 낮은 지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때로 남성의 지위를 그만큼 끌어내리는 것으로 읽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성이기 때문에 누렸던 부당한 권익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여성이 남성을 전복한다’는 식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곧 50대로 들어서는 박 작가의 아들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변화시킨 세상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그는 “페미니즘은 곧 (차별을 야기하는)남녀 사이의 간극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사진전문 갤러리인 ‘트렁크갤러리’를 10년 전 개관한 뒤 갤러리 운영에 집중해왔던 박 작가는 “미술에서 소외돼 있던 사진에 설 자리를 마련해 줬으니 이제는 작품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가 갖고 있는 정체성은 페미니스트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끝까지 이어갈 거예요”라며 웃는 박 작가의 이번 전시는 7월 24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린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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