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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옥중투쟁 허구성 드러낸 ‘박근혜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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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옥중투쟁 허구성 드러낸 ‘박근혜 비자금’

입력
2017.11.03 19: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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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청와대 상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진술은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가 안보를 위해 써야 할 돈을 가져오게 하고 쌈짓돈처럼 썼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 놓고는 “정치보복”이라거나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해 왔으니 더욱 기가 막힌다. “지금까지 단돈 1원의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주장도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돈의 사용처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다. 청와대 경비로 쓸 돈이라면 측근 비서관들이 은밀하게 따로 관리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에는 기본예산뿐 아니라 별도의 특수활동비가 매년 200억 원 가까이 책정돼 공식경비가 부족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공식계통이 아닌 사적 용도로 국정원 돈이 쓰였을 개연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친박’ 등 당시 여권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대통령의 비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지난해 4ㆍ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이 대납하도록 한 것을 보면 터무니없지만 않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에게 일부 자금이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씨의 박 전 대통령 옷값 지불 등을 놓고 두 사람 간의 ‘경제공동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느 경우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책임 추궁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예산의 청와대 상납은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주장을 펴지만 가당치 않다. 그런 관행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일이었고 그 후엔 일부 정권 실세에게 개별적으로 건네졌을 뿐 이번처럼 ‘대통령 비자금’으로 정기 상납된 경우는 없었다. 관행이라면 비밀작전 하듯 5만원짜리 현금을 가방에 담아 비밀리에 전달하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상납 중단을 지시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될 만한 불법자금이라는 인식이 충분했던 셈이다.

검찰은 최소 4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정원 자금의 청와대 상납 과정을 규명하고 용도를 철저히 파헤쳐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국가 예산의 엄정한 집행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의 부적절한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정치 권력이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검은 돈’에서 자유로워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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