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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GM 실사 중에 “자금지원”부터 말한 산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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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GM 실사 중에 “자금지원”부터 말한 산은 회장

입력
2018.03.18 17:5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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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GM에 대한 구체적 신규자금 지원 의사를 확인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GM본사가 한국GM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면, 산은도 2대 주주 지분율(17.02%)만큼 신규자금을 대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수 차례 협의해온 이 회장이 협의 진전 내용을 전한 것일테지만 한국GM 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GM 정상화안이 나오기도 전에 지원안부터 구체화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와 산은이 그동안 밝힌 한국GM 대책은 기존 경영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GM이 지되, 신규자금 지원은 ‘원칙에 따라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원칙의 세부 내용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 채권자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확인” 등을 꼽았다. 한국GM에게 대출해준 ‘올드머니(Old Money)’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할 테니, 산은도 지분만큼 돈을 내라는 GM의 당초 요구를 산은이 거부한 것도 그런 원칙에 의한 것이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이러한 당초 요구를 접고 올드머니 27억 달러 출자전환은 GM이 책임지는 대신 GM이 한국GM의 회생을 위한 ‘뉴머니’로 향후 10년간 28억 달러(약 3조원)를 신규투자할 테니, 산은도 지분율 만큼 투자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회장은 “한국GM의 비용 및 원가 구조를 확인한 후 뉴머니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조건부 구두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신규투자는 유상증자로 이루어지고, 산은이 지분율대로 참여하면 약 5,0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러나 민감한 국면에서 책임자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한국GM 상황은 지원안을 구체화할 단계가 결코 아니다. GM은 노조와의 타협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가 하면, GM 회장은 뜬금없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등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에 들어간 한국GM 노사도 고통 분담은커녕 기싸움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GM이 신차 배정을 거론했다지만 충분히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이라 할 수 없다.

이 회장은 “GM은 한국에서 계속 자동차사업을 영위하겠다고 했다”고 자신했다. 혹시 “굿 코리안 시티즌(좋은 한국 시민)이 되겠다”는 엥글 사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GM 구조조정이 혈세만 축내는 실패로 귀착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산은은 좀 더 결연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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