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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장시호 출국금지… 부하직원 속여 차명회사 차린 후 이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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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장시호 출국금지… 부하직원 속여 차명회사 차린 후 이권 챙겼다

입력
2016.1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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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 국제행사 진행 맡은

‘더스포츠엠’ 장씨가 주인인 듯

자금 빼돌리려 급조한 의혹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통해

문체부 예산 11억 특혜 받기도

제주 빌라 급매물로… 도피 우려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조카 장시호(37ㆍ개명 전 이름 장유진)씨 측이 “아무 피해도 없을 테니 이름만 빌려달라”면서 20대 부하 직원을 속인 뒤, 기획법인을 차려 이권을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이 같이 차명 회사를 세우면서도 측근을 내세우고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진 않았다. 검찰은 최씨 언니인 순득(64)씨 딸이자 최씨의 브레인 역할(본보 10월 24일자 3면, 10월 29일자 4면)을 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를 최근 출국금지하는 등 최씨 일가를 향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더스포츠엠’의 초대 대표를 지낸 이모(29)씨는 3일 본보와 만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센터)의 이모 사무국장이 올해 2월쯤 “‘새 법인이 하나 만들어지는데 사업자명에 올릴 사람이 필요하다’며 이름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센터에 입사한 이씨는 약간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으나 가족과 상의를 한 뒤 당시 상사였던 이 사무국장의 요구대로 명의를 빌려줬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장씨의 최측근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장씨에 대해 “센터에서 일하며 가끔 보긴 했지만, 더스포츠엠과 관련돼 있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당시 나에겐 아무런 지시도, 부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더스포츠엠이 돈을 굴리거나, 어디에서 돈이 들어오는지도 윗사람이 했던 일”이라며 자신은 자금 운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더스포츠엠이 설립(올해 3월 10일)된 지 1주일 만에 회사와 센터 모두에서 퇴사했다.

이러한 이씨 증언을 토대로 볼 때, 장씨는 자신의 존재나 관여 사실을 최대한 감추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스타일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특혜성 지원’ 의혹이 제기된 센터가 지난해 7월 출범했을 때, 장씨는 사무총장으로 적극 활동했다고 알려졌으나 공식 직함은 주어지지 않았다. 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총 11억원의 예산을 따낸 데 이어 삼성전자에서도 지난해 9월~올해 2월 빙상캠프 후원 등 명목으로 5억원을 지원받았다. 그 배경에는 장씨 영향력이 있었다는 게 센터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이 밖에도 장씨 관련 의혹들을 살펴보면 심상치 않은 구석이 많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이 6월 23일, 재단 설립 후 처음 개최한 국제행사인 ‘국제 가이드러너 컨퍼런스’ 행사의 진행용역은 문제의 더스포츠엠이 따냈다. 행사 3개월 전 설립된 데다, 이 회사의 위치는 장씨 부모 소유인 서울 삼성동 6층짜리 건물 바로 코앞이다. 이씨 퇴사 뒤 대표를 맡은 한모(35)씨도 당시 K스포츠 이사였던 이철원 연세대 교수의 제자다. K스포츠에서 일감을 따내고자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김 의원은 “더스포츠엠은 K스포츠 자금을 빼돌리는 위장회사인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씨는 “K스포츠에서 4,500만원 정도를 받아 행사에 썼다”고 하는데, K스포츠는 “9,000만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씨는 ‘나는 이 회사 주인이 아니고, K스포츠의 누군가가 별도로 돈을 준다’고도 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 주인은 장씨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장씨는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인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의 커넥션 의혹도 받고 있다. 사업 과정에서 김 전 차관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이권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승마선수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연예계 주변 분야에서 일하며 광고감독 차은택(47)씨와 친분을 쌓아 이모인 최순실씨와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지난 9월 중순 이후 제주 서귀포의 자택에서도, 수도권의 주거지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서귀포 색달동의 중문관광단지 인근 토지 2만575㎡(약 6,224평)와 빌라 등 자산을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해외도피 준비를 해 왔던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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