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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복무제 긍정 검토하되 악용 차단 장치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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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복무제 긍정 검토하되 악용 차단 장치도 마련해야

입력
2018.04.30 17:4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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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최근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을 통해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회와 사법부의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에 대비해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체복무제 도입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지법이 지난 2월 입영거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에서 지적했듯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금, 형사 처벌은 “유엔 자유권 규약 제18조에 관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도 일관된 해석을 위반한 것”이다. 1990년부터 이 규약의 적용을 받는 한국은 18조가 규정한 ‘사상ㆍ양심 및 종교의 자유’ 보장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 차례 유엔의 지적을 받았다. 정권교체로 폐기되고 말았으나 2007년 참여정부 말기에 대체복무제 도입 방침을 정한 것도 안보 불안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을 수용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한 해 600~800명에 이르는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은 특정 종교 신자들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분명한 이들에 대해 병역법에 따라 징역 3년 미만의 실형을 가혹하게 적용한 것은 “입영률 100% 달성”을 내세웠던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이후의 일이다. 더디긴 하나 그 사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회피와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는 의미다. 2004년 이후 잇따른 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이런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런 유형의 무죄 판결은 지난해(44건) 이후 급증해 지금까지 누적으로 70건을 넘어섰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담은 국회의 병역법 개정안 발의도 10여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국회에도 3건의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는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나 이를 규정한 병역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거듭된 결정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 수년 전 병무청 여론조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허용에 반대하는 사람이 60%에 가까웠다. 안보 불안 상황에서 이 제도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만큼 공정성을 따지는 분야도 드물다. 새 대체복무제 도입시 제도가 자칫 허술할 경우 인권보장 취지가 바랠 수도 있다. 독일, 대만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엄격한 심사와 복무 기준을 제시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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