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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에너지 위기 없는 지구에서 살려면

입력
2015.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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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반원전 운동을 주도하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공동 창시자 패트릭 무어 박사는 2005년 4월 미국 상원 에너지 천연자원위원회 연설에서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신하고 지구온난화를 유발하지 않는 유일한 에너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조차 반대하던 그가 펼친 원전 예찬론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원전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준 발언”이라며 환영했고, 많은 환경단체는 그를 ‘변절자’로 치부했다.

이 연설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원전 찬가 무드는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180도 급변했지만 무어 박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과장됐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원전을 대체할 만한 클린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무어 박사의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여파로 고향을 떠난 뒤 스트레스 등으로 숨진 피란민 2,000여명을 원전관련사망으로 분류하고 있다. 단 한번의 사고가 치명적 위험으로 이어지는 원전이 결코 클린 에너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럼에도 원전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은 원전을 대체할 클린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원전과 더불어 주력 에너지 공급원인 화력발전소는 가동과 동시에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배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이자 친환경과 대척점에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지난 달 ‘화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존 석탄발전 24기에 28기를 추가 건설할 때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와 오존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매년 1,387명이 조기사망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은 바 있다. 무어 박사가 친원전으로 변심하면서 “원전과 핵무기를 동일 선상에 놓는 잘못된 전제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를 늘리는 과오를 범했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그만큼 화력발전의 위험성이 크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경북 영덕주민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원전 건설을 두고 찬반 양론으로 나눠져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달 치러진 찬반투표는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데다,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이 투표해야 한다는 주민투표법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무효화했다.

투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 원전 반대 주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이유도 있다. 원전은 영덕에 건설되지만 원전 가동으로 생긴 에너지의 수혜는 대부분 타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영덕 주민들은 에너지 혜택에 비해 너무도 큰 원전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주민 투표 이후에야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주민소통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위험을 떠안은 영덕 주민에게 보다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이 우선이다.

지난 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 정상들이 글로벌 탄소배출량 감축 및 관리규모를 90%로 조정키로 했다. 화력발전 등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을 줄이자는 의미다. 교토의정서에서 합의한 20%수준에 비해 각국의 고통분담이 커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반발도 거세다.

원전과 화력발전을 대체할 에너지를 찾기 위해 전세계가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 태양광, 풍력발전이 부상하고 있지만, 대안 에너지로 인정받기엔 갈 길이 멀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이나 화력발전을 추가로 건설하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하는 양자 택일의 문제다. 전세계가 파리 총회에 시선을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창만 전국부장 cmhan@hankookilb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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