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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 입장에서 따져보라

입력
2018.01.21 16: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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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밝혀온 것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3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묶어 발표한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언론매체들이 어느 기관의 권한이 많아졌거나 축소되었는지 대비를 하거나, 누가 미소짓고 있고 울상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보도했다.

혹시 어떤 곳에서 개혁에 반발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권력기관 개혁은 기관 간의 권한 나누어 먹기가 아니다. 국민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개혁이다. 그래서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따져보아야는게 우선이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첫번째 화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다. 청와대 발표에서도 이 점이 제시되어 있다.

지금껏 국민들은 검찰만 쳐다볼 수 밖에 없었고, 검찰이 사건을 뭉개버려도 속수무책이었다. 검찰이 잘할 때도 있었지만,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에는 자주 실패했다.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은 대통령이 있는 경우는 더 그러했다. 권력자들이 인사권을 쥐고 있어서 그랬기도 했지만, 검찰과 나란히 서 있는 ‘선의의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검찰과 대등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기관을 하나 더 만들자는게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 다 가진 곳이 자신들뿐인 시대가 바뀌는 것에 속이 쓰리겠다. 그렇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한테만 의지하던 답답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인 것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또 다른 화두는 수사권 조정이다. 경찰의 수사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할 것인가와 검찰의 기능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데, 십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2011년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 개정으로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통해 경찰의 수사를 부당하게 방해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사라졌다. 옳은 방향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경찰 쪽에서는,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을 검사의 심사를 거치지 말고 경찰이 곧장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하자고 자주 말한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경찰이 누군가를 구속하거나 체포하려고 영장을 청구할 때 이중 심사(검사와 법관)를 거치게 하여 더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현행 체계를 헐겁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인권침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민 입장에서는 수긍할 수 없다.

경찰도 엄연한 국가기관이니, 앞서 말했듯이 경찰의 수사기능도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 부당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바로잡는 외부기관이 있어야 한다. 부실하게 수사를 마무리한 것은 아닌지도 따져보고 빈 틈을 메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수사 종결권을 경찰이 갖는 것은 국민 권익 보호라는 면에서 유익하지 않다. 그만큼 검찰의 조직운영이나 기능은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부당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쪽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물론 대형 부패사건이나 기업범죄 등 중요 범죄는 경찰에게 1차 수사를 맡겨두고 검찰은 그 결과를 따져보게끔만 하는게 국민 입장에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검찰의 수사능력을 사장시키는 것보다는 특별한 분야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그 분야의 범죄로부터 국민과 사회를 지키는데 유익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혁도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자명하다. 국민들은 국정원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필요한 북한 및 해외 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길 원한다. 대공수사권은 그동안 국민 이익이 아니라 정권이익을 위해 주로 사용해왔던 만큼, 이미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에게 통합하자는 것이다. “정보는 국력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하고, 노무현 정부 때까지 유지되었던 국정원의 원훈이 시사하는 바는 아직도 살아있다.

부디 권력기관 구성원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벗어나라. 국민의 시선에서 개혁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면 바른 길이 나온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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