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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으로] 리퍼트 美 대사 습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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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으로] 리퍼트 美 대사 습격 사건

입력
2015.03.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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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멀티미디어(사진)부를 비롯한 모든 언론사 사진부에서는 그 날의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뉴스를 1면 사진 등을 통해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루의 취재 분량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내외신 사진들 중 가치 있는 1장을 골라낸다는 것은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사진취재 및 게재 과정과 그 뒷얘기들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피습 장면이 실린 3월 6일자 신문들. 내용은 동일하지만 편집과 흑백 처리 등 다양한 형태로 게재됐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피습 장면이 실린 3월 6일자 신문들. 내용은 동일하지만 편집과 흑백 처리 등 다양한 형태로 게재됐다.

3월 6일, 모든 조간신문에(5일 석간 및 인터넷부터)는 당황한 모습으로 피를 흘리는 한 외국인의 사진이 공통으로 실렸습니다. 다름아닌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죠. 편집 크기만 다를 뿐, 오른쪽 뺨에 손을 대고 왼손에 피를 흘리며 놀라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신문은 컬러가 아닌 흑백사진을 게재하면서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라 그리 판단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3월 5일 오전 7시 40분, 리퍼트 대사의 피습 장면을 취재한 언론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사진기자는 석간 문화일보와 아시아경제를 비롯 연합뉴스, 뉴시스 등 통신사 몇 명이 전부였죠. 대개의 종합지들은 이른 아침에 열리는 여러 행사들의 뉴스 가치를 판단한 후 일정 부분 통신사의 뉴스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민화협이 주최한 이날 오전 행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설마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때문입니다.

07시 30분, 리퍼트 대사의 행사장 입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기자들은 강연이 식사 이후로 예정되자 모두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우당탕’ 헤드테이블에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행사장 뒤쪽 기자석 테이블에 카메라를 내려놓았던 사진기자들은 훈련된 대로 바로 몸을 날렸지만 상황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예기치 못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한 근접해 셔터를 누르기 바쁩니다.

가장 가까이 근접한 문화일보에서 첫 장면을 잡았습니다. 피습 직후, 리퍼트 대사의 뺨에 길게 그은 상처가 선명한 사진입니다. 문화일보와 조선, 중앙 ,국민 등이 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사진기자들은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행사장을 나서는 리퍼트를 따라 순찰차에 오르는 모습까지 취재했습니다.

연합뉴스를 이용하는 많은 신문사가 이 장면을 게재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된 뉴시스 막내 여기자의 사진도 좋았습니다. 많이 놀랐을 텐데 침착함을 잃지 않았더군요. 사진기자 생활 중 이런 큰 돌발 사건을 취재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일보 3월 6일자 1면 사진 및 기사. 피습을 당한 후 행사장을 나서는 리퍼트 대사의 모습을 가로 4단 컬러로 배치했다.
한국일보 3월 6일자 1면 사진 및 기사. 피습을 당한 후 행사장을 나서는 리퍼트 대사의 모습을 가로 4단 컬러로 배치했다.

이견 없이 1면 사진은 결정됐습니다. 이제는 여러 컷을 놓고 요리를 할 차례입니다. 가로냐 세로냐, 몇 단이냐(신문 기사는 단수로 나뉩니다. 한국일보는 5단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면 어느 쪽에 배치하느냐 등등입니다. 우리는 가로 4단으로 길게 쓰되 피가 많이 보이는 너무 적나라한 사진은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흑백처리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컬러로 게재하는 게 의미전달이 더 될 것이라는 판단도 곁들여 졌습니다. 문화일보 제공사진은 얼굴 상처가 너무 깊이 보여 최종 선택에서 밀렸습니다. 게재한 매체들도 대부분 상처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해 내보냈습니다.(코리아타임스는 자체 판단으로 원본을 실었습니다)

조선 중앙 서울 등 몇몇 매체는 1면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했습니다. 매일경제는 대신 1차 치료 후 붕대를 감고 세브란스 병원에 들어서는 방송화면을 캡쳐해 게재했습니다. 아침을 맞이 하는데 피 흘리는 사진을 쓰기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사진설명에 이유를 붙였지요. 끔찍한 사진을 써야만 할 때 이런 사례는 간혹 있습니다. 조중동은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 문화일보 제공사진과 뉴시스(동아)를 인용했습니다.

연합뉴스와 계약관계를 해지한 조중동은 뉴시스 등 기타 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문화일보 사진을 제공받은 조선, 중앙과 뉴시스 사진을 게재한 동아일보. /2015-03-08(한국일보)
연합뉴스와 계약관계를 해지한 조중동은 뉴시스 등 기타 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문화일보 사진을 제공받은 조선, 중앙과 뉴시스 사진을 게재한 동아일보. /2015-03-08(한국일보)

재료가 많아도 고민, 없어도 고민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신문사 편집국은 매일 가장 좋은 1면 사진과 톱 기사를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릅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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