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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권력 강화... 왕자 10여명 ‘숙청’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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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권력 강화... 왕자 10여명 ‘숙청’ 시작

입력
2017.11.05 16: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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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위원회 설립하자마자 체포

IMF때 한국 투자 왈리드 왕자와

전현직 장관 수십여명도 포함

軍 수뇌부 교체하며 군권도 장악

“美 중동정책 파트너 낙점” 관측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첫 3세대 국왕으로 즉위가 확실시되는 왕위계승 서열 1위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32) 왕세자가 부패 혐의를 내세워 왕자 10여명과 전현직 장관 수십여명을 체포하는 등 강도 높은 ‘반대파 숙청’ 작업을 개시했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퇴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2) 국왕이 국왕령으로 반부패위원회를 설립하자마자 안정적인 차기 왕위 계승을 위한 권력 집중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과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TV 등은 4일(현지시간)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을 비롯해 사우디 왕가 인물 최소 10여명이 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동시에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이자 한때 왕위 계승까지 거론됐던 무타이브 빈 압둘라 국가경비대 장관, 아델 파키흐 경제기획부 장관 등이 내각에서 교체됐다. 무타이브 장관 등 군 수뇌부의 교체로 모하메드 왕세자는 사실상 사우디군의 전권도 장악하게 됐다.

사우디 내에서 통상 막대한 특권을 누리는 왕자들조차도 꼼짝없이 체포된 것은 살만 국왕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맡긴 반부패위원회의 막강한 힘 때문이다. 살만 국왕은 체포 소식이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에 국왕령으로 반부패위원회의 창설을 명령했다. SPA통신에 따르면 반부패위원회는 공금과 관련된 부패 혐의가 있을 경우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여행제한과 재산동결 명령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사회경제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와 사우디 정부는 표면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패 척결 없이는 경제개혁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구 언론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개혁 추진을 구실로 부친인 살만 국왕 퇴위 이전 권력 집중에 나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9월 사우디 정부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추진한 여성 권리 신장 조치에 항의한 성직자 수십명을 체포했으며,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친 카타르를 봉쇄하는 외교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공개 경고한 바 있다. 또 직전 왕위계승서열 1위이자 올해 6월 외형상 왕세자 지위를 평화롭게 내준 것으로 보였던 모하메드 빈 나예프 왕자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칠 새 중동전략의 파트너로서 모하메드 왕세자가 낙점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모하메드는 외치에서 사우디 내 대표적인 대(對)이란 강경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예고 없이 사우디를 방문한 것,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트위터에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의 기업공개(IPO)를 뉴욕 증권거래소(NYSE)와 진행해 달라고 언급한 것도 이번 사건 전후 사우디와 미국의 강력한 교감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꼽힌다. 아람코의 수장 역시 모하메드 왕세자이며, ‘비전 2030’의 핵심은 아람코 IPO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여 사우디 내 비석유분야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편 체포된 왕자 가운데 왈리드 왕자는 서구 금융가에도 잘 알려진 아랍권 최대 부자 중 하나다. 금융기업 시티그룹과 정보기술(IT)기업 애플ㆍ트위터 등에 투자했고 시사주간 타임지로부터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인물이다. 일시적으로 위기에 빠진 우량기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회복한 후 수익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부를 불렸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휩쓸린 한국에도 대우와 현대자동차에 거금을 투자했다가 기업이 되살아난 3년 뒤 회수해 간 바 있다. 왈리드 왕자 본인은 현실정치 관련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의 부친 탈랄 빈 압둘아지즈는 사우디 민주화를 요구한 소위 ‘자유주의 왕자’ 그룹의 일원으로, 최근 모하메드 왕세자의 권력 강화도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사우디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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