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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좌파는 어떻게 천재일우를 놓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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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좌파는 어떻게 천재일우를 놓쳤나

입력
2014.08.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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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서순 지음ㆍ강주헌 등 옮김

황소걸음 발행ㆍ1권 952쪽 2권 840쪽ㆍ4만8,000원 4만4,000원

여기 기차가 있다. 기차 이름은 ‘역사’다. 기차는 여러 노선을 타고 달린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신수정주의…. 때로는 복합노선도 만난다. 기장은 도널드 서순. 영국 런던대학교의 유럽비교사 교수로 재직했던 비교사학자다. ‘사회주의 100년’은 서순이 역사라는 기차를 타고 조망한 20세기 서유럽 14개국 좌파정당의 흥망성쇠를 집대성한 책이다.

20세기를 대표한 두 가지 형태의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저자의 관심사다. 가장 가까운 과거인 1998년 즈음 좌파는 마치 롤러코스터의 최고점에 오른 것처럼 보였다. 1997년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보수당의 통치를 종식하고 집권에 성공했고, 같은 해 프랑스 국회의원 선거도 사회당이 승리했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독일 사회민주당 당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총리가 됐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도 과거 공산당원들을 포함한 정당 연합의 수장으로서 로마노 프로디가 역사상 최초로 좌파 정부를 구성했다. 서유럽 주요 4국에서 모두 좌파 정당이 집권한 전무후무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 무렵 좌파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날개를 달았고 한국 사회에서도 큰 이슈로 보도됐다.

우주까지 날아 세상을 바꿀 것만 같았던 좌파의 날개는 지금 어떤가. 유례없는 호기였는데도 그들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각국의 사회주의 정당은 저마다 국내 의제에 매달리느라 말로는 초국가적 통합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실제로는 유럽 차원의 문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저자는 묻는다.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유럽 대륙 차원에서 공동 정책을 개발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예컨대 공동으로 EU를 아우르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거나 재분배를 위한 재정 정책을 개발했다면, 혹은 유럽 전역에서 노동 규제를 강제하는 엄격한 제도를 도입했다면?”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안으로서 효력을 잃은 사회주의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질타가 담긴 물음이다. 역사가 준 호기에 성공모델을 만들지 못한 사회주의 정당들은 그 뒤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신세가 됐다.

이 책은 최근 사회주의사뿐 아니라 제2인터내셔널(국제사회주의자회의)이 탄생한 188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유럽 각국 사회주의 정당의 운명과 명암, 한계를 다룬다.

유럽 좌파의 역사를 훑은 저자는 이런 조언을 한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확실한 패배를 제공한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를 표방한 정당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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