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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무슨 소용인가?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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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무슨 소용인가? 물으신다면...

입력
2014.10.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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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퍼니 스탈 지음ㆍ고빛샘 옮김

민음사 발행ㆍ444쪽ㆍ1만9,500원

“여성이 픽션(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

영국의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대학 강연문을 발전시켜 쓴 에세이집 ‘자기만의 방’의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이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셰익스피어에게 그보다 더 재능 있는 여동생 주디스가 있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주디스는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천재성을 꽃피우지 못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오빠 셰익스피어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주디스는 스타킹을 수선하고 스튜를 젓는 가사 노동만 할 수 있었다. 울프는 남자에 치이고 속박당하는 삶을 가상 인물 주디스를 통해 여성과 사회와 세상에 알렸다. 교육의 기회도, 참정권도 없던 100여 년 전 영국 사회에서 울프는 이런 현실을 지적하면서 여성해방을 궁극의 목표로 삼는 페미니즘을 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여성해방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일과 가사, 육아의 의무를 짊어진 채 어깨를 늘어뜨리며 아내와 엄마 그리고 여자의 경계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 바너드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기자로 활동하며 탄탄대로를 밟는 듯 했던 저자는 결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가정과 육아를 직장에 우선해야 하는 현실을 만나 타협하고 만다. 거기까지만 해도 좋았다.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해 일을 하지만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그의 몫이었다. 사회가, 또 여성 스스로가 육아와 가사에 얽매이는 삶을 요구 받을 때 그것을 거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을 하고서도 저자는 ‘나는 누구인가’를 되뇌며 페미니즘의 근원적 고민에 다시 빠진다. 결국 저자는 모교로 돌아가 페미니즘 고전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대표적 페미니스트 작가인 캐럴 길리건의 ‘다른 목소리로’나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등을 읽는다. 그들 시대의 여성이 쟁취하고자 했던 여성해방과, 현재 자신에게 던져진 숙제들을 비교하며 페미니즘을 다시 곱씹는 것이다. 그 결과 저자는 “페미니즘은 평등을 상징하고, 여자들에게 목소리와 선택권을 주었다”면서도“여자들이 겪는 근본적 문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동일하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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