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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장외로 끌고가 정치화, 지지세력 결집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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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장외로 끌고가 정치화, 지지세력 결집 노린다

입력
2017.10.16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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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작심 발언 왜?

재판부 불공정하다 판단 땐

기피 신청 등 구제 절차 있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포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부의 구속연장 결정 나흘 만에 재판 포기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자신의 재판을 정치화하겠다는 의도가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판을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데서도 그 속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는 재판 시작 5분만에 마이크를 넘겨받아 대통령 재직시절 대국민담화 같은 어조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6개월 동안 진행 돼 온 지난 재판 과정과 재판부의 신뢰도를 통째로 흔들어 불리한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나 다름없다.

사실 재판부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면 구제 받을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있었다는 점에서 ‘장외전’을 염두에 둔 작심 발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재판이 불공정한 이유를 적어 피고인 측이 재판부에 ‘기피 신청’을 내면 된다. 해당 재판부는 재판을 중단하고 소속 법원의 다른 합의재판부가 기피 신청에 관한 판단을 내린다. 법원 관계자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확하거나 절차를 위반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기피 신청을 받아 들여 사건 재배당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작심 발언 배경에 깔린 재판 정치화는 재판부의 구속연장 결정에 대한 반감 못지 않게 재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국정농단 핵심 관련자들이 줄줄이 실형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무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 측 분위기를 감지한 듯 “구속영장 재발부가 유죄 예단을 갖는다는 게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규정은 결국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포장함으로써 지지세력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죄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재기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최근 검찰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이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MB인사들이 ‘정치보복’으로 반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층 자극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하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 법정 발언을 전해 듣고 “이제 목숨 건 투쟁이 남았다”며 강공을 예고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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