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혁신학교에서 펼치는 참교육의 가능성

알림

혁신학교에서 펼치는 참교육의 가능성

입력
2016.05.05 20:00
0 0

2009년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도입한 이래 혁신학교는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 중 14곳이 채택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초ㆍ중ㆍ고 978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고 연내 1,000곳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체 학교(2015년 현재 1만1,693개교)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수업, 구성원 참여에 바탕한 민주적 학교 운영을 표방하는 혁신학교는 입시 경쟁과 획일적 교육과정으로 질식된 교육현장에 숨길을 내며 공교육 개혁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공립형 대안학교’에 비유되면서 혁신학교가 제도권에서 다양하게 시도해 온 수업 개선 노력은 자유학기제 시행, 프로젝트형 수업 도입 등 정부 차원의 교육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곽노현 교육감 재임기였던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혁신학교 제도를 도입해 현재 119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출범한 서울 강동구 강명초등학교는 서울형 혁신학교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학교 원년 멤버로 교육과정 부장을 오래 맡았던 이부영 교사가 쓴 이 책은 신생 학교에 혁신교육이 자리잡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학교 운영기다.

방학이 네 번 있는 4계절 학기, 80분 공부하고 30분 뛰노는 블록식 수업, 목공ㆍ수공예 등 네 가지 문ㆍ예ㆍ체 교육 등 참신한 교육과정이나, 점수나 등수 표시를 지양하고 통지표를 보내는 대신 학부모를 직접 만나 평가 결과를 전달하는 세심한 평가 방식 등 강명초의 혁신학교 실천은 기존의 학교 현장 관행에 익숙한 이들에게 우리 교육의 바깥, 그 무한한 개선 가능성을 일깨울 만하다.

책은 이러한 혁신 사례를 단순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각각의 실천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예컨대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 수업에 전념할 여건을 만들었더니 ‘일제식 수업 대신 활동중심 수업 구상’→ 아이들의 흥미 상승→‘교사-학생 간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되더라는 것. 교장ㆍ교감의 일방적 지시로 으레 진행되던 교사회의에 민주적 토론을 도입했더니 저절로 교사와 학생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방향으로 수업 혁신이 이뤄졌다며 학교 혁신의 요체는 구성원들의 민주적 생활태도라는 점을 짚기도 한다.

혁신학교 운영은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혁신학교 태반은 ‘무늬만 혁신학교’라는 비아냥도 공공연히 나돈다. 저자도 혁신학교 꾸리는 일을 시시포스 신화에 빗대며 장밋빛 전망을 경계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성공’보다는 ‘성장’을 주시하는 강명초 교사들의 평가 원칙은 학교 혁신에도 적용된다. “혁신학교가 가고자 하는 길은 꼭대기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 지금 함께 가는 이 순간이 중요하다. 비록 가다가 자빠지고 넘어지고 구르더라도 함께 가는 과정에서 겪은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