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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앞으로 모여드는 '미생'들…흥행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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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앞으로 모여드는 '미생'들…흥행 비결은?

입력
2014.11.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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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미생’ 신드롬이다. tvN ‘미생’은 22일 방영된 12회에서 시청률 6%대(닐슨코리아 제공)를 돌파하면서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미생’의 승승장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채와 경력사원, 상사와 부하직원, 여자 사원과 남자 사원 등을 비교하는데다 백수, 찌질이, 무능력자, 무개념 등으로 눈총 받는 직장인의 실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했든 하지 않았든 많은 사람에게 직장 내 ‘을’의 현실을 전한다. 전문가들은 “’미생’을 본 시청자는 공감과 감동을 느끼고 위로도 받는다”고 말한다.

● 직장 내 을과 사회적 약자의 현실

“저렇게 힘들게 면접 과정을 거치고도 계약직으로 시작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없는 60대 주부 조모씨가 ‘미생’을 보며 한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여러 관문을 통과하고 입사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 되는 현실은 젊은이에게 상실감을 준다.

이들은 상사 때문에 다시 한번 힘이 빠진다. 극중 인턴사원 한석율(변요한)이 “가장 나쁜 상사가 누군지 알아? 후배 이용하는 상사”라고 털어놓듯, 무능력하면서도 후배를 이용하는 상사는 직장생활을 하거나 해본 이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존재다. 여자 상사인 선 차장(신은정)이 여사원을 하찮게 여기는 마 부장(손종학)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는 장면(동영상 참고)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는 여성 시청자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미생’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드라마”라며 “드라마에 실제보다 과장된 내용도 있겠지만 그 역시 현실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와 직원, 상사와 부하 등 직장 내 갑을관계뿐 아니라 권력과 계급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생’이 직장 내 성희롱 등을 하나의 일상으로 다루지만 그 해결책까지는 제시하지 못한다”면서도 “장그래나 오 과장 등 드라마 속의 뛰어난 개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줘 대중에게 희망과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라고 ‘미생’의 인기 요인을 짚었다.

● 현실에 판타지까지 더한 것이 인기 요인

‘미생’의 배경이 되는 무역 회사인 원인터내셔널은 현실 그 자체다. 회사의 실세로 임원들마저 쥐락펴락하는 최 전무(이경영), 무능력한 것도 모자라 여직원 희롱까지 일삼는 마 부장, 한편으로는 상사에게 고개를 숙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하 직원을 챙기는 현실 안정주의자 고 과장(류태호), 계산이 빠르고 사내 권력에 민감한 경력직 천 과장(박해준) 등은 실제 직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옮기면 그저 다큐멘터리에 불과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지독한 일 중독이지만 상사와 부하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등 표본적인 리더상을 보여주는 오 과장(이성민), 상사와도 사이가 좋고 후배도 살뜰히 챙기는 김 대리(김대명), 고졸 검정고시 출신이지만 일을 척척 해결하는 ‘천재 사원’ 장그래(임시완)를 등장시켰다. 이들 세 사람이 꾸미는 ‘영업3팀’은 가혹한 현실 속의 오아시스 같은 판타지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원인터내셔널이라는 현실에 영업3팀의 판타지를 심어 대중에게 호감과 공감을 사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영업3팀이 리얼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는 ‘미생’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느낌을 가지며 감동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2007년부터 8년간 시즌13까지 진행된 ‘막돼먹은 영애씨’나 KBS 드라마 ‘직장의 신’ 등 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성공한 것도 현실에서 허우적거리는 영애(김현숙)와 미스김(김혜수)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정덕현씨는 “바둑을 통해 일과 세상을 관조하는 태도는 그간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형식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참신한 판타지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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