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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학자들도 지적한 日정부의 외톨이 역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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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학자들도 지적한 日정부의 외톨이 역사인식

입력
2015.02.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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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교과서의 기술을 수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기도가 美 역사학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제러미 애덜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한 미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19명은 그제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집단성명을 발표, 위안부 동원과 성노예 생활 강요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일본 정부 문헌에 정통한 역사가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中央)대 교수의 신중한 연구와 생존자 증언을 통해 드러난 준(準) 성노예 시스템의 본질적 특징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일본과 다른 나라 역사교과서의 기술을 억누르려는 일본 정부의 기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AHA 사상최초인 집단성명은 3월에 나올 AHA회보에도 게재될 전망이다.

성명은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 관계자가 맥그로힐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위안부 기술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해 빚어진 논란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일본 정부의 수정을 요구한 교과서의 공동집필자의 한 사람인 허버트 지글러 하와이대 교수와 협회의 동료 교수들은 1월2일 AHA 연례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대책을 논의, 일본 정부 규탄에 나서기로 했다.

참여 역사학자들이 결코 많지 않은데도 우리가 이번 성명에 주목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거듭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의 주도로 미 의회가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이 일본 정부에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을 안긴 바 있다. 한일 양국의 역사논쟁을 두고 대체로 중립적 자세를 보여온 미 역사학계 일각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정면 비판하고, 역사 왜곡 기도를 가로막고 나선 것은 미 전문가 집단의 본격적 동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이번 성명이 일본의 역사왜곡 기도,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국내의 인식뿐만 아니라 국제여론까지 뒤틀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압력 섞인 권유’에도 잠시 주춤거리는 데 그쳤던 일본이다. 다만 한중 양국과 마찬가지로 위안부 피해자를 가진 유럽과는 별도로 미국의 위안부 문제 인식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여겨온 일본 정부와 보수파의 기대가 결국 헛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역사인식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과는 크게 동떨어진 외톨이 의식임이 확인된 셈이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매달려 온 ‘협의의 강제성’ 논의가 한중 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대신, 미 역사학계의 관심 또한 ‘본인 의사에 반한 동원’ ‘성노예 상황’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성명이 일본 정부와 보수파의 인식 변화를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다수 일본 국민의 흔들리는 위안부 인식을 바로잡아 주는 한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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