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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결과 스모킹건 될까, 발표 미적대는 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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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결과 스모킹건 될까, 발표 미적대는 말레이

입력
2017.02.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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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병원 검안실 입구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병원 검안실 입구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사망 원인을 밝혀줄 부검 분석 결과가 샘플이 전문분석기관으로 전달된 지 이틀이 지난 17일까지 제대로 공표되지 않고 있다. 김정남 암살의 배후를 지목할 결정적인 단서가 될 부검 분석 결과는 당초 이날 중 언론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김정남의 사망 원인에 따라 정치ㆍ외교적으로 더 큰 파장이 일 수 있어 말레이시아 당국이 발표를 주저하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날 수사 당국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현지 언론인은 “부검 결과와 관련해서는 아직 진전된 내용들이 외부로 새나오지 않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분명‘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다만 “시신에서 외상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통을 인용해 자연사로 꾸미기 위한 첨단 암살 수법이 사용됐을 것이란 분석 정도를 내놓고 있다. 이 소식통은 “시신에 독침이나 주삿바늘 자국이 없었다”고 언론들에 밝혔다.

따라서 부검 분석 결과 타살로 확인된다면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중독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확한 독극물의 종류는 쿠알라룸푸르 서쪽 위성도시 프탈링자야에 자리잡은 화학검사소의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시안화칼륨과 메틸파라티온, 모노플루오로아세트산나트륨이 우선 거론된다. 북한 공작원들이 암살작전에 주로 사용하던 독극물들이다. 또 북 공작원들이 독침에 사용하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 테트로도톡신, 사린가스가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을 발휘하는 VX 같은 신경성 독가스도 유력한 스모킹 건으로 거론된다. 프탈링자야 화학검사소 관계자는 “여러 타입의 샘플을 전달 받았다”며 신속하게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더스타에 밝혔다.

하지만 이 결과를 말레이시아 당국이 곧장 발표할지는 미지수다. 독극물의 종류가 확인되면 더 정확한 사인과 함께 누구의 소행인지 범위를 압축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발표 시기와 방법을 달리 할 수 있다. 현지 관계자는 “불리하면 발표를 하지 않는 정부지만, 세상의 관심을 고려하면 발표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나집 라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로 뒤숭숭한 말레이시아 정정이 신속한 부검결과 발표를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북한 등 관련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계산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도 있다.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쓰러진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서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 아닌 자연사 가능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말라야대학 의학센터 병리학장 K. 나데산 교수는 “심장마비나 저형당 쇼크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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