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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칠레 주재 외교관의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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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칠레 주재 외교관의 추태

입력
2016.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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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주재하던 한국 외교관이 현지 1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공개되는 충격적 사건이 터졌다. 칠레 전역에 방송된 이 동영상 장면은 조회수 70만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칠레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반한 감정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 칠레와의 외교관계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방송으로 드러난 이 외교관의 행태는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추하고 역겹다. 공원 벤치로 보이는 곳에서 10대 여성의 목을 끌어안고 강제로 이마에 입을 맞추는가 하면 “정말 아름답구나, 보고 싶었어, 네 눈과 입술, 가슴 때문에”라는 저속한 발언도 쏟아 냈다. 또 이 여성의 집까지 따라가 억지로 여성을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면서 “키스만 할게”라고 말하는 등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라고 하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추태를 거듭했다.

동영상은 이 외교관에게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는 10대 여성의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가 다른 여성을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한 결과다. 뒤늦게 사실을 안 외교관이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애걸복걸하며 “제발 봐 달라”고 연신 허리를 굽히는 장면도 있다. 방송사에 제보한 10대 여성은 “(외교관이) 공원에서 키스하고 싶다고 몸을 더듬었다”며 “수치스러워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교육ㆍ문화ㆍ홍보 등을 담당하면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정부 초청 장학생 선발 업무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유학 중인 한 칠레 여성은 인터뷰에서 이 외교관으로부터 ‘보고 싶지 않느냐’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장학생 선발을 빌미로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홍보하는 한류 전도사로 행세할 수 있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중남미에 한류 열풍이 퍼지면서 칠레에서도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은 현지 교민들이 “연대책임을 지고 사과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일깨운다.

외교부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야 알게 됐다고 하지만, 이 외교관이 9월에 현지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전력이 있고 평소에도 나쁜 행실로 교민 사회에서 문제가 됐다고 하니, 해외 파견 직원의 자질을 점검하는 외교부의 ‘공관근무 적격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가 분명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의 파견 직원의 자질 점검 장치를 한결 촘촘히 다듬어야만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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