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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 학생 배정 말라" 학부모들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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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 학생 배정 말라" 학부모들의 갑질

입력
2015.0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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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S아파트 주민 100여명 인근 세곡2지구 중학교 신입생이

자녀들 다닐 대왕중에 배정되자 서울시교육청 몰려가 항의 집회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서울 강남구 수서S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인근 세곡2지구에 최근 들어선 보금자리주택 거주 학생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다니게 될 대왕중학교에 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서울 강남구 수서S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인근 세곡2지구에 최근 들어선 보금자리주택 거주 학생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다니게 될 대왕중학교에 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대왕중 배정을 규탄한다.”

“우리는 10년 교육 계획을 세우고 일찌감치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새로 들어선 보금자리주택 아이들까지 같은 중학교에 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서울 강남구 수서S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인근 세곡2지구에 최근 들어선 보금자리주택 거주 학생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다니게 될 대왕중학교에 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세곡2지구 아파트 분양 당시 이곳에 거주하는 중학교 신입생들은 수서중학교로 배정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세곡2지구 주민들은 도보 43분 거리(2.8㎞)에 위치한 수서중보다 가까운 대왕중(도보 30분거리ㆍ2㎞)에 진학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을 넣었고, 강남교육지원청은 “대왕중의 학급당 인원수를 늘려 학생들을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왕중에 자녀를 배정받은 S아파트 학부모들이 시교육청을 항의방문한 것이다. 한 학부모는 “보금자리주택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왔다고 강남교육지원청이 한 순간에 입장을 바꾼 게 이해 가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학부모들은 “세곡2지구 학생들까지 받기 시작하면 과밀학급이 돼 대왕중의 학업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이들은 자신들이 자녀를 보내는 대모초등학교 대신 세곡2지구로 이사온 전입생들은 왕복 6차선 도로 건너에 있는 왕북초등학교로 배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대왕중 신입생의 학급당 인원수는 31명으로, 시교육청이 목표로 잡고 있는 서울시내 중학교 학급당 인원수(32명)보다 적다. 이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세곡2지구 거주 학생의 대왕중 입학을 허용한 것이다. 이들이 대왕중에 진학해도 학급당 인원수는 32명 수준이어서 “교육 여건 악화를 우려한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왕중의 학급당 학생수는 37명이나 됐었다.

일각에서는 같은 강남 안에서도 아파트 평수와 위치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고, 섞이길 꺼려하는 ‘구분짓기’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거주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진학하면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도 덩달아 가격이 하락한다는 생각 때문에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대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수서중과 달리 대왕중은 일반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세곡2지구 학생들의 입학으로 수서S아파트로 이사 온 학생이 대왕중에 전입하지 못 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교육청 관계자는 “입학 정원의 3%를 전학정원으로 잡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서S아파트 학부모들은 이 같은 교육청의 설명을 듣고 세곡2지구 거주 학생 15명의 대왕중 입학을 반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나 강남구의 한 교사는 “자기 자녀만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지나친 이기심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더불어 사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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