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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소액 대출이 가상화폐 투자 부추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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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소액 대출이 가상화폐 투자 부추겼나

입력
2018.01.22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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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 자금 출처 밝히긴 어려우나

일각 “작년 신용대출 급증과 무관치 않아”

커뮤니티 “인터넷은행 대출 받아 투자” 권유글ㆍ성공담 많아

가격 급락에 2030 신용불량 우려도↑

취업준비생인 A(28)씨는 최근 가상화폐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SNT)에 300만원을 투자했다. 주변에서 가상화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성공담이 이어지자 A씨도 투자에 본격 나선 것. 투자금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소액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그러나 개당 910원에 매수한 SNT는 21일 오후 3시 기준 394원으로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까지 폭락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액대출 활성화가 젊은층의 가상화폐 투자 광풍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소득이 없는 20ㆍ30대 차주들에게도 쉽게 대출이 이뤄지면서, 이곳에서 대출을 일으켜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7,800여개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와 거래량을 집계하는 코인마켓팹에 따르면 한국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24시간 거래액은 각각 75억7,742만달러와 52억7,845만달러(19일 오전 10시 40분 기준)를 기록했다. 거래액으로 세계 1, 3위에 해당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두 거래소의 거래액만 14조8,000억원이나 된다. 이는 지난 1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을 합친 규모(15조3,500억원)와 맞먹는다.

가상화폐 계좌는 실명 확인이 어려워 이러한 막대한 투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들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든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신용대출 시장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으로 구성된 기타대출은 전년 대비 21조6,000억원이나 늘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저금리 모바일 신용대출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이나 케이뱅크의 ‘미니K마이너스통장’은 신청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사실상 대학생이나 무직자도 50만~5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직업, 소득에 관계없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니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관련 글이 적지 않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돈 없으면 인터넷뱅킹 대출로 투자해라’, ‘인터넷은행 대출 200만원 받아 비트코인 1개 샀더니 2,000만원 됐다’, ‘대출 이자는 물론 원금도 하루에 갚을 수 있다’는 식의 빚을 내 가상화폐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글과 대출 후 투자 성공담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문제는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A씨처럼 빚을 내 투자한 젊은이들이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경제력이 떨어지는 20ㆍ30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2030세대에 대한 신용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했다”며 “규제 강화로 가상화폐 가격이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쉬운 신용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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