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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보복 주장한 MB, 책임 있는 처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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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보복 주장한 MB, 책임 있는 처신 아쉽다

입력
2017.11.12 19:3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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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검찰 수사행태를 공개 비판해 파문을 불렀다. 이 전대통령은 어제 바레인 방문차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일축하며 "지난 6개월간 (새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측근들에게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진술과 검찰이 확보한 문건의 구체성으로 보아 검찰수사를 피해갈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대신, 자신과 보수진영에 대한 감정풀이나 정치보복으로 단정하고 수사의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원로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이 전 대통령은 '군 사이버사의 활동과 관련해 (증원계획 등을)을 보고받은 것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그는 "외교안보 위기 가운데 군이나 정보기관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댓글ㆍ블랙리스트 작성 등 국가정보원의 갖가지 불법 행위를 겨냥한 수사가 원세훈 전 원장을 넘어 위ㆍ옆으로 확대되는 데도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대한민국 대통령은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며 "북한의 심리전이 강해지는 전장에서 불가피하게 증원을 허가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특히 문제가 된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은 전체의 0.45%"라며 "잘못된 것이 있다면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면 되는 것이지 도끼로 팔다리를 자르겠다는 것은 국가안보 전체에 위험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섭섭하고 불쾌할 만하다. 바레인 정부 초청으로 출국하는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며 출국정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하루 만에 수만명이 동참하는 것을 보고 정치보복성 '망신주기'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제기된 의혹은 민주주의의 기본과 헌법질서와 직결된 것이어서 정치공세나 뒷거래로 해결될 게 아니다.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엄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이 전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가 먼저다. 불행한 일이라도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면 당당하게 서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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