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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장 중립성 되돌아 보게 한 정 의장 개회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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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장 중립성 되돌아 보게 한 정 의장 개회사 논란

입력
2016.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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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한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파행했던 국회가 이틀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정 의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던 새누리당이 2일 정 의장 대신 국민의당 박주선 부의장에게 추경안 처리 사회권을 넘기는 선에서 의사일정에 복귀하기로 한 결과다. 정 의장은 내주 초 개회사로 빚어진 논란에 대해 포괄적인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곡절을 거듭했던 추경안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정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있다. 하지만 여야간 의견 차가 큰 사안일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소신이라며 어느 한 쪽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나서면 원만한 국회운영이 어려워진다. 국회의장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중립적 입장에서 조정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 국회법 규정도 같은 취지다. 이번 개회사 파문은 그 동안 정 의장이 구축해온 합리적이고 균형 갖춘 정치인 이미지에도 맞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반발해 의사일정을 전면적 거부하고 의장실 점거 농성을 벌인 것도 과도한 처사였다. 시급하다던 추경안 처리를 내팽개치고 인사청문회와 가습기살균제 청문회까지 불참한 건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였다. 이정현 대표는 정 의장 개회사에 대해 “의도적이고 계산된 도박”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인질로 잡은 정치 테러”라고까지 몰아붙이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개회사를 꼬투리 삼아 야당 출신 국회의장을 완전히 굴복시키려 한다(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당 반발을 부를 만했다.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소야대 정치구도 상 국회에서 이번과 같은 여야 힘겨루기와 신경전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다수의 힘을 앞세워 내년 대선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새누리당이 유감표명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던 정 의장 개회사에 대해 의장실 점거까지 벌이며 강경하게 대응했던 데는 마냥 휘둘리지 않겠다는 정치적 속셈이 작용했을 법하다. 이렇게 여야가 대선을 의식한 정략적 게임에 골몰할 경우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야당이 진정으로 수권을 바란다면 생산적 국회운영에 앞장서야 하고, 새누리당도 집권여당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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