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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개인들 너도나도 협동조합… 신재생에너지 사업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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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개인들 너도나도 협동조합… 신재생에너지 사업 '큰손'

입력
2014.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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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협동조합 650여개 전체 투자 비중의 47% 차지

전력사가 전기 20년간 의무 구매, 설비 투자엔 1%대 저금리 대출

요른 로프트씨가 독일 북부 디트미르센 지역의 풍력발전기 앞에서 독일의 시민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른 로프트씨가 독일 북부 디트미르센 지역의 풍력발전기 앞에서 독일의 시민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29일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디트마르셴. 초속 10m가 넘는 거센 바람이 불자 길 양쪽에 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웅웅’, ‘휙휙’ 소리내며 돌아갔다.

“강풍이 불면 신이 나요. 돈이 들어오는 소리니까 매우 반갑죠.”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이 곳의 풍력발전기 6기를 운영중인 요른 로프트씨의 말이다. 그는 “발전 조건이 좋아 인근에 여러 협동조합이 세운 1,500여기의 풍력발전기가 있다”고 말했다. 바닷가에서 10㎞ 떨어진 이곳에 부는 평균 풍속은 초속 5.5m. 풍력발전기를 돌리려면 풍속이 초속 3~4m 이상 돼야 한다.

로프트씨가 속한 협동조합은 수백명의 조합원이 모은 1,700만유로(약 226억원)를 풍력발전에 투자했다. 이들의 풍력발전기는 연간 약 900만㎾h의 전력을 생산한다. 2,500여가구(4인 기준)가 쓸 수 있는 양으로 조합은 생산한 전기를 인근 전력공급회사에 팔아 ㎾h당 0.8센트의 순이익을 올린다. 연간으로 따지면 7만2,000유로(약 9,600만원)다. 그는 “갖고 있던 돈보다 3배 많은 돈을 은행에서 빌려 투자했지만 연방법이 전기 판매를 보장해 융자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배당금을 받으면 5~10년 안에 빌린 돈 전부를 갚고,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하는 개인ㆍ협동조합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완전 폐쇄를 선언한 독일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이끌고 있는 것은 협동조합을 통해 투자하는 ‘개미들’이다. 이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가능한 전기 생산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출범 1년여 만에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의 시민햇빛발전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린피스 함부르크 사무소에서 만난 니클라스 쉬널 에너지ㆍ기후 담당 활동가는 “독일의 2012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00년 대비 3.5배 증가한 것은 협동조합의 힘”이라고 말했다.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선 협동조합은 2009년 이후 매년 100개 이상 늘었다. 독일협동조합회(DGRWV)가 추산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 수는 지난해 기준 650여개다. 독일의 전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47%에 달했다. 대형 발전회사들이 투자한 비율(12.5%)보다 4배나 많은 것이다.

포츠담노이에 에너지협동조합도 그 중 하나다. 독일 포츠담 시민들이 만든 이 조합은 학교 지붕 위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했다. 용량은 60㎾다. 20세대(4인 기준)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해 판매한다. 1차 투자에 성공하자 최근엔 경찰 차량기지 옥상에 160㎾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만들었다.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 염광희 연구원은 “태양광 발전 수익률(5~9%)이 은행 이자(1%대)보다 높아 개인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일자리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독일 연방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 신재생에너지 산업 종사자 수는 37만7,800명으로 2004년(16만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로프트씨는 “도심 외곽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관리자는 해당 지역 주민을 고용하기 때문에 지역간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민이 생산한 전기, 전력회사가 의무 구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2012년 전체 전력소비량의 23.4%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2000년만 해도 그 비율은 7.2%에 불과했다. 염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한 이유는 발전차액을 보전하고, 전기 장기 구매를 의무화한 재생가능에너지법(EEG)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EEG에 따라 전력공급회사들은 소규모 발전업자가 태양광ㆍ바람 등 재생가능자원으로 만든 전기를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의무 구매해야 한다. 생산된 전기를 기존 전력망에 공급하는 전력계통망 연결비용 역시 전력공급회사가 부담한다. 독일 재건은행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투자하는 대출에 한해 최대 1,000만유로(약 132억원)까지 최장 20년간 1.5%의 저금리로 융자해준다. 소규모 발전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고정 수익을 장기 보장해 준 게 시민발전 활성화의 기반이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풍력발전의 경우에는 1kW당 생산단가가 화석연료와 비슷해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협동조합 주도의 시민발전이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국내 상황은 정반대다. 10년 이상 고정가격으로 장기 공급을 보장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2011년 폐지되고, 경쟁입찰 방식이 도입되면서 협동조합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자보다 발전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 협동조합이 입찰에서 대부분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력계통망 연결비용도 수백만원에 달해 조합에겐 부담이다. 100㎾이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돌리고 있는 서울의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독일 뉘른베르크 시가 운영하는 발전회사(N-ERGIE)의 멜라니 젤쉬 대변인은 “청정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의지만으로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할 수 없다. 개인과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트마르셴ㆍ포츠담(독일)=글ㆍ사진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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