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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울의 ‘샤오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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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울의 ‘샤오미 축제’

입력
2015.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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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한 해를 돌아보면서 곱씹게 되는 이름 중 하나가 ‘샤오미(小米)’다. 2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샤오미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폰을 빼다 박은 짝퉁을 만들어 중국 내에서 싼 값에 파는 업체가 있다더라, 하는 정도였다. 가짜 계란 만들듯이 조악한 휴대폰 짝퉁까지 만드나 보네, 했다. 그런데 일이 심상찮게 돌아갔다. 밖에선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이었지만, 중국에선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중국 내 휴대폰 판매량에서 샤오미가 애플과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 올해는 ‘대륙의 실수’라는 농담이 크게 유행했다. 인터넷을 통한 입 소문을 타고 국내에서도 지난 상반기부터 인기몰이에 들어간 샤오미의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일컫는 얘기였다. 기존 중국제품들은 ‘싼 게 비지떡’ 식으로 싼 만큼 품질은 별로였다. 하지만 샤오미 배터리는 싼 값 치고는 성능이 매우 좋아 ‘실수로 잘 만든 중국 제품’이라는 우스개가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샤오미 제품들을 ‘실수’로 치는 국내의 은근한 우월감은 이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 휴대폰 보조배터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가격 대비 성능, 속칭 ‘가성비’ 높은 샤오미의 저가 제품 파상공세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2만원대에 불과한 샤오미 ‘미밴드’에서부터 TV와 노트북, 체중계와 드론, 블루투스 스피커와 전기자전거, 35만원대 전동스쿠터 등이 해외직구 등 온라인쇼핑 추세를 타고 국내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의 샤오미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00배 팽창했고, 국내 샤오미제품 사용자 팬카페 회원수만 16만명을 넘어섰다.

▦ 샤오미의 가공할 성장은 사실 중국이라는 거대한 홈그라운드가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등 해외시장 공식진출은 지적재산권 침해 소지 등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저가 IT제품을 통해 중국 내외에서 생활 전반에 걸친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샤오미 주최로 처음 열리는 ‘응답하라 ZMI팬’ 새해맞이 행사는 중국 IT제품의 본격적 한국 진출을 알리는,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 될 것 같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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