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정대
특파원

등록 : 2018.03.13 17:53
수정 : 2018.03.13 17:54

중국, 비판여론 재갈 물리기 점입가경

등록 : 2018.03.13 17:53
수정 : 2018.03.13 17:54

중국의 법정 내부 모습. 바이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개헌을 강행한 중국 정부가 비판여론을 통제하고 재갈을 물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직선제 요구에 국가전복 선동죄를 적용하는가 하면 언론ㆍ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까지 추진하고 있다.

13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법원은 지난해 웨이신(微信ㆍ위챗)에 공개서한을 올려 1인 체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을 비판하고 지도부 직선제를 촉구한 당교(공산당 간부학교) 전직교사 즈수(子肅)를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 혐의로 최근 기소했다. 당시 즈수는 “시진핑은 개인숭배를 조장하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으며 인권변호사와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시진핑은 당 총서기로 적합하지 않으며 직선제를 실시해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아들 후핑(胡平)과 같은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야오방은 1982년 총서기직에 올라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발생한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실각했다. 1989년 4월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같은 해 6월 톈안먼(天安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청두시 법원은 즈수의 글에 대해 “국가 정권과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영도를 전복하려고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 세력과 결탁해 무기를 구매해 무장혁명을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당초 윈난(雲南)성의 관료였던 즈수는 톈안먼 시위 강제진압을 비판한 뒤 관직에서 물러났고, 생계를 위해 당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헌법에 의한 정치’를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빈과일보는 “시진핑이 ‘문화적 자신감’을 내세우지만 이번 기소에서 보듯 실제로는 일말의 반대 목소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개헌안이 처리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 중 베이징(北京) 대학가에는 ‘외국인 출입 제한’ 조처가 내려지기도 했다. 통상 양회(兩會ㆍ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베이징 시내에는 철통 같은 보안경계가 펼쳐지지만 이 경우 감시 대상은 대부분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수도 베이징을 찾는 지역주민들이나 반체제 인사 등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여기에 베이징 대학가의 외국인 유학생 수 천명이 추가된 것이다.

실제 베이징대ㆍ칭화(淸華)대 등 중국의 명문대학이 몰려있는 대학가 우다오커우(五道口) 지역 식당과 술집에는 외국인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출입하는 걸 제한하라는 공안당국의 지시가 내려졌다. 한 피자집에는 ‘3월 22일까지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는 당국 지침에 따라 외국인 손님은 최대 10명까지만 받을 수 있다’며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는 통지문이 붙었다. 한 커피숍도 입구에 외국인 손님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게시했다. 이 커피숍 매니저는 “전인대가 시작된 지난 5일 공안이 이를 통지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 등 민감한 내용을 담은 개헌안이 처리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외국인 유학생들이 행여 중국 대학생들에게 ‘오염된 사상’을 전파할까 하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온라인에서 개헌과 관련된 검색어를 모두 차단하는 등 사상 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헌안 통과를 전후해 해외 이민을 검색하는 네티즌이 급증하면서 ‘이민’이란 단어까지 차단 대상 검색어로 지정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미디어 검열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과 문화부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명목은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세계로 전파하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실제로는 영화ㆍ드라마ㆍ신문ㆍ방송ㆍ출판ㆍ게임ㆍ만화 등 모든 미디어의 감시ㆍ검열 기능을 통합하고 ‘시진핑 사상’을 비롯한 정부 이데올로기 전파에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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