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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외무상의 뉴욕 방문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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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외무상의 뉴욕 방문에 주목한다

입력
2016.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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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다음주 미국 뉴욕을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 당국의 첫 외교 행보다. 방미의 표면적 이유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지속개발가능 고위급 토론’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파리협정’(온실가스 감축 합의)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북한 외무상이 유엔 실무회의에 참석하려고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1991년 유엔가입 이후 전문한 일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북한 외무상 방미는 모두 유엔총회 연설을 위한 것이었다. 더욱이 두 행사 모두 외무상이 참석해야 할 만큼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 이 때문에 리 외무상의 방미는 서명식에 참석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양자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무성하다.

케리 장관과의 대화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나선 의도는 비교적 분명하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국면에서 탈피하고 평화협정체제로의 전환을 타진하기 위한 외교 공간을 마련해보려는 뜻이다. 북한은 앞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제재보다 안정이 급선무이고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다음달 36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의 압박에서 벗어나 체제보장을 위한 대화의 틀을 복원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방미 기간 중 반 총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 총장은 지난해 9월 뉴욕을 방문한 리 외무상에게 방북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지난 5월에는 개성공단 방문이 성사 직전에 무산되기도 했다. 리 외무상과 반 총장의 만남이 이뤄져 반 총장의 방북이 다시 거론된다면 한반도 정세가 대화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북미대화가 열리더라도 당장 대화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핵활동 동결과 과거 핵활동 신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를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케리 장관도 11일 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비핵화가 평화협정 논의의 전제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다. 북한은 핵 보유국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한 국제적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도 북한을 마냥 감싸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해외식당 직원의 집단 탈북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북한의 위장 대화공세에는 흔들리지 않도록 국제공조를 다지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협상 국면에도 대비하는 유연성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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