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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욕심내지 말고 신뢰구축 출발점 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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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욕심내지 말고 신뢰구축 출발점 삼기를

입력
2017.06.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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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현지시간 30일)을 위해 28일 출국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취임 51일 만이라는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기준으로는 반년이 다 돼 열리는 지각회담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국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쳤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건너뛰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나올 만했다. 정부가 서둘러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도 그만큼 시급한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주요 의제로 예상되는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사드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차원에서 제기한 방위비분담금 증액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게 분명하다.

가장 급한 건 역시 북핵 문제다. ‘핵 동결→비핵화’라는 2단계 접근법을 제시한 문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로 내세워 왔다. 미국은 지난주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며칠 전에는 미국 여야 상원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사드 배치 촉진 해법을 찾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26일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강경기조를 확인했다.

과거 한국에 진보정권, 미국에 보수정권이 들어섰을 때 묘한 신경전이 빚어졌다. ‘디스 맨’ 논란을 불렀던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나, 2003년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이지 맨’이라고 부른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더욱이 상대는 사업가 출신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진 전직 주미대사들은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우선 신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이들뿐 아니라 한미 양쪽의 외교 원로들도 한결같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확인하고 지도자 간 우정을 쌓는 데 우선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첫 공식일정으로 워싱턴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장진호 전투 당시 미국 상선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온 흥남 철수 피란민 중에 문 대통령의 부모도 있었다는 인연은 한미 혈맹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 더할 나위 없다.

한 번에 다 얻겠다는 조급한 생각을 물리고, 두 지도자의 공감대를 넓히는 출발점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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