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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의 잇단 인권보호 선언,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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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의 잇단 인권보호 선언,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입력
2017.09.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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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인권경찰’로의 변신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존의 집회ㆍ시위 문화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13일에는 파격적인 피의자 인권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정권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실시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어두웠던 과거와의 단절 의지도 밝혔다. 경찰의 갑작스런 변화에 뒷얘기도 나오지만 일단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경찰의 유연한 집회ㆍ시위 대응 방침이다.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온 ‘물대포’와 ‘차벽’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집회와 시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다. 집회ㆍ시위의 자유가 시민의 기본적 권리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이자 뒤늦은 감마저 있다. 2009년의 용산참사와 2015년의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빚은 비극이었다. 일각에서는 불법 시위 증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경찰의 과잉진압이 시위의 폭력화를 유발하는 한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본다.

오히려 걱정할 것은 경찰 스스로가 달라진 시위 대응 방침에 적응할 수 있느냐다. 집회와 시위는 일단 막고 보자는 게 오랫동안 경찰 내부에 자리잡은 인식이었다. 하루아침에 고정관념이 바뀌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구체적 세부 실행 방안 마련과 함께 내부 개혁을 통해 인권의식을 높이는 작업을 치열하게 진행해야 한다.

경찰이 발표한 피의자 인권보호 개혁안도 마찬가지다. 현장 경찰의 인식 전환이 없으면 공염불이기 십상이다. 개혁안의 핵심인 긴급체포권 요건 강화만 해도 지금까지의 수사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경찰은 그 동안 긴급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수사 편의를 위해 긴급체포권을 남용해온 게 사실이다. 경찰에서의 긴급체포 건수가 한 해 1만 건을 넘는 데 그 중 구속영장 청구까지 가지 않고 석방하는 경우가 20%나 된다.

경찰의 변신은 인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속내를 부인할 수는 없다. 향후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경찰의 치부로 지적돼 온 인권침해 시비를 선제해서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보여주기 용이 아니라 근본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민생치안 현장에서 시민들과 늘 접촉하는 14만 경찰 개개인의 인권의식부터가 달라져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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