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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둔화·환율 등 대내외 여건 안좋자 '깜짝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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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둔화·환율 등 대내외 여건 안좋자 '깜짝 카드'

입력
2015.03.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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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재 "성장·물가 전망 못미쳐 빨리 움직이는 게 낫겠다" 판단

"금리 높아 그동안 내수 부진했나 소비·투자 진작될 지 회의적" 중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사상 첫 연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어젖힌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금리인하 결정은 시장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었다. 물론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시장의 대체적 예측이긴 했지만, 한은이 그동안 지켜온 스탠스에 비춰볼 때 올 1분기 성장률이 집계되는 내달 이후에나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채권시장 전문가 92%가 금리동결을 예상하고, 이날 오전까지도 일부 증권사들이 금통위의 금리동결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낸 이유가 그랬다.

● 한은 “경기모멘텀 살릴 선제적 조치”

한은이 밝힌 전격적인 금리인하 이유는 국내경기 회복세 부진.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성장률 3.4%, 물가상승률 1.9%이란 전망치를 내놓으며 완만한 회복세를 예측했는데, 연초 각종 지표가 예상을 벗어나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장 및 물가 흐름이 우리의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한 달이라도 빨리 움직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바 있으나 경기회복 모멘텀을 좀더 살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경쟁적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도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수출입 실적의 변수로서 각국의 환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엔화 및 유로화의 환율 변동은 우리나라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화 양상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금통위 기자회견에선 엔저에 한정해 환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던 이 총재는 이날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차지하는 비중(9%)이 일본(5.6%)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로화 환율 변동이 엔화 못지 않게 우리의 수출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계 범위를 넓혔다.

이 총재가 비록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도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는 말로 이번 금리 인하를 ‘환율전쟁 참전’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견제하긴 했지만, 환율이 결국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의 주요 변수인 만큼 금리정책의 고려 대상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전날 공개된 금통위 2월 회의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 7명 중 절반이 넘는 4명이 원화 절상(화폐가치 상승)과 그에 따른 수출 악영향을 지적, ‘환율전쟁’에 대한 한은 내부의 우려를 드러냈다.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와 크리스틴 리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5대 국제기구 대표와 회동을 마친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 도중 마주보며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와 크리스틴 리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5대 국제기구 대표와 회동을 마친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 도중 마주보며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 “실익은 적고 부작용은 자명”

이 총재 취임 이후 세 번째,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달 만에 단행된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한은이 기대하는 경기부양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회의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 힘들고, 은퇴 연령층의 노후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 또한 위축될 우려가 커 보인다”며 “물론 금융부채가 많은 가구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금리 인하가 큰 효과를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 경제 성장 여부를 가를 핵심 요인은 내수와 기업투자인데, 이번 금리 인하로 소비와 투자가 진작될지는 회의적”이라며 “내수 부진만 해도 양극화로 인해 소비를 주도할 중산층이 취약하기 때문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심쩍은 경기부양 효과에 반해 금리인하의 부작용은 자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가계부채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과다한 가계부채로 가계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경제적 여력이 생기면 곧바로 빚을 갚는 등 가계부채가 소비지출을 제약하는 추세가 이미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 한은 예상과는 정반대로 내수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르면 6월,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금리인상도 문제다. 가뜩이나 좁혀진 대외금리차가 이번 금리 인하로 더욱 축소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 가능성이 한층 가시화된 셈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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