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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김기식 의혹', 청와대 끝까지 감쌀 자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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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김기식 의혹', 청와대 끝까지 감쌀 자신 있나

입력
2018.04.09 17: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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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로비성 외유'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의혹은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이던 2013년 3월과 2015년 5월 대외정책연구원(KIEF)과 한국거래소 등 피감 기관 지원으로 세 차례 해외에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빚어졌다. 청와대는 외유가 아니라 KIEF 등의 요청에 따른 출장인 만큼 김 원장의 임명을 재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고, 민주당도 '당시의 관행' 운운하며 변호 일색이다. 김 원장 개인의 자격 시비나 정치권의 '내로남불' 공방을 넘어 청와대의 인사기준이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축 늘어졌음을 보여 준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전에 국회의원이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피감 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닌 게 공공연한 관행이었던 것은 맞다. 물론 이것만도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직ㆍ간접적 금품수수를 금지한’ 국회 윤리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질서를 감독하는 금감원 수장의 자질과 도덕성은 이 잣대마저 뛰어넘어야 한다. 김 원장은 "출장 후 해당 기관과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고 혜택을 준 것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전개된 상황을 보면 군색하기 짝이 없다. 1991년 국회 상공위 소속 여야의원 3명이 자동차공업협회 후원으로 해외여행을 즐기다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더구나 김 원장은 2015년 3월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를 주도하며 제안설명까지 한 사람이다. 그가 2014년 10월 한국정책금융공사 국정감사 때 직원들의 로비성 외유를 꼬집으며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것이 정당하냐"고 질타한 장면도 입방아에 오른다. 이것에 비하면 "김 원장의 미국ㆍ유럽 외유 때 동행한 정책비서가 20대 여자 인턴이고 이 인턴이 이후에 고속 승진했다"는 추가 의혹은 양념일 뿐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나 민주당이 언론과 야당의 합리적 의혹 제기를 진지하게 수용해 문제점을 살피기보다 무조건 개혁에 반대하는 일부 비판세력의 공연한 흠집내기로 낮잡아보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을 강력히 비판하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격세상속을 이용한 탈세가 문제됐을 때도 청와대는 "국세청이 권하는 합법적 절세방식" 운운하다가 정의당으로부터 "문 정부는 도대체 어떤 철학과 가치로 무장하고 있는가"라는 반발을 샀다. 우리는 김 원장의 경우에서 그런 안이하고 오만한 인식의 재발을 본다. '금융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어디서 왔는지 정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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