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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의 고집

입력
2016.11.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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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성정과 고집을 제대로 꿰뚫어 본 모양이다. 그는 최근 국민적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는 죽어도 하지 않을 것”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주간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다. JP는 정식 인터뷰가 아니었으며 내용이 왜곡ㆍ과장됐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지만 편한 분위기의 환담이었다면 오히려 더 진솔한 속 생각이 담겼을 법하다.

▦ 박 대통령은 사촌 형부이기도 한 JP의 말에 대해 가타부타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실제 행동으로 그런 진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엊그제 청와대는 대통령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하야나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역대 최저인 5% 지지율, 100만 촛불함성 등 국민의 뜻은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측을 접촉하기 위한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고 외교부 2차관, 문체부 2차관을 임명하는 등 돌연 국정에 의욕을 보이고 나섰다.

▦ 부산 해운대 LCT리조트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 수사와 연루자 엄단 지시에는 더욱 어안이 벙벙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인사가 관련된 ‘또 하나의 최순실 사건’이라고 한 것을 빌미 삼았다. 자신의 주변과는 무관하다는 시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박계, 친문 인사 등 여야 정치권 인사 수사로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 요구는 요리조리 미루고 다른 비리 사건 엄중 수사를 지시하는 대통령의 자세가 기이하기만 하다.

▦ 궁지에 처한 박 대통령이 본격적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지지층 재결집을 시도하는 등 반전을 노린다는 것이다. 상당한 시일을 요하는 탄핵절차도 나쁠 게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지만 바로 야당 지지로 옮겨 가지 않고 부동층에 머무는 현상에 기대를 거는 듯하기도 하다. 치밀한 계산이 아니라 JP가 말한 박 대통령의 본래 고집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간을 끄는 동안 나라의 골병은 깊어만 간다. 솔로몬 재판에서 아이 배를 가르자는 가짜 어미가 생각난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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