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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값 계속 오르기만 한 이유는... 5년간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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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값 계속 오르기만 한 이유는... 5년간 담합

입력
2015.1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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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판지 시장 100% 장악한 5개 업체

직급별 협의체 꾸려 15차례나 인상

적발에 대비 모임 땐 메모 금지도

檢, 담합 협의로 3곳 불구속 기소

2곳은 자진신고로 형사처벌 면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자나 그림책,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널리 쓰이는 백판지를 제조하는 대형 제지업체 5곳이 약 5년 동안 가격인상을 담합해 온 사실이 드러나 이들 중 3곳이 재판에 회부됐다. 국내 백판지 제조시장의 100%를 장악한 이들은 각 본부장이나 팀장들끼리 ‘직급별 담합 협의체’를 꾸리고는, 개별 모임마다 간사까지 두어 담합을 논의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의 가격담합이 결국 각종 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국내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와 3위인 한창제지, 5위인 신풍제지 등 3곳을 백판지 가격인상 담합 혐의(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위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업체의 전직 영업본부장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3개 사 외에 업계 2위인 깨끗한나라와 4위인 세하제지도 담합에 가담했으나,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 처벌을 면해주는 ‘리니언시’가 적용돼 형사처벌을 피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솔제지 등 3곳은 2007년 2월~2011년 9월 일반 백판지의 판매가를 15차례에 걸쳐 기준가격 인상, 거래처 할인율 축소 등의 수법으로 담합한 혐의다. 한솔제지와 한창제지는 이와 별도로, 2007년 6월~2011년 4월 깨끗한나라와 짜고 담뱃갑 포장지 등에 쓰이는 고급 백판지의 판매가격도 9회에 걸쳐 담합행위를 통해 인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이들의 가격담합은 매우 치밀하게 진행됐다. 경기 고양시 소재 음식점이나 용인시 소재 골프장 등에서 수시로 직급별 모임을 열어 논의를 진행했고, 불참 회사가 있을 땐 각 모임의 간사들이 유선으로 연락, 합의 내용을 즉시 전달했다. 특히 이들은 모임에서 협의된 내용에 대해선 ‘메모 금지’를 원칙으로 정했다. 향후 있을지 모를 적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국내의 ‘모든’ 대형 제지업체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가격인상을 담합해 온 사실이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합에 참여했던 5개 사는 제조사 기준 국내 백판지 시장점유율 100%, 수입ㆍ판매만 하는 군소업체를 포함해도 9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담합사건에선 가격인하도 합의하는 것과 달리, 제지업체들은 가격인상 문제만 논의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공정위의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12월 이들 5개 사의 담합을 적발, 매출액에 따라 한솔제지에 365억원, 깨끗한나라 324억원, 한창제지 143억원, 세하제지 179억원, 신풍제지 53억원 등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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