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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안 찬반 논의 걸림돌 ‘선관위 운용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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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안 찬반 논의 걸림돌 ‘선관위 운용기준’

입력
2018.03.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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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한 헌법개정안 논의가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7년 만든 ‘헌법개정안 홍보 관련 국민투표법 운용기준’이 원인인데, 위헌 소지가 커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뒤늦게 새 기준 마련에 나섰다.

김외숙(오른쪽) 법제처장이 26일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진정구 국회 입법차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오대근 기자
김외숙(오른쪽) 법제처장이 26일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진정구 국회 입법차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오대근 기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의 한 구청에서 ‘개헌과 지방자치’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주최측으로부터 ‘선관위 기준에 따라 개헌에 대한 찬반 의견은 내용에서 뺐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한 교수는 강연에서 10분 정도의 분량을 들어내야 했다. 그는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개헌 찬반 토론회도 같은 이유로 취소됐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기준 때문에 개인의 의견을 내거나 공개된 토론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제의 ‘헌법개정안 홍보 관련 국민투표법 운용기준’은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발의ㆍ공고한 이후에는 찬성ㆍ반대 운동을 금지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국민투표법을 참조해 2007년 4월 중앙선관위가 내린 유권해석이다.

그런데 이 해석이 헌법과 배치되는 것이 문제다. 국민투표법 중 헌법개정에 관한 사항은 헌법 제130조를 따른다. 헌법 제130조는 ▦국회는 헌법개정안 공고 60일 이내 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정부는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 실시(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 ▦대통령은 국민투표 통과 즉시 공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국회나 대통령의 발의(헌법 제128조), 20일 이상의 공고(헌법 제129조) 단계가 아닌 국회 의결 단계부터 국민투표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교수는 “현재 우리 눈 앞에 있는 헌법개정안은 헌법 제128조에 따라 대통령이 발의한 것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에 따라 국민투표에 회부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즉, 국민투표법 적용 대상이 아닌 상태”라고 주장했다.

‘헌법개정안 홍보 관련 국민투표법 운용기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강연, 토론 등 헌법개정안 관련 행사를 개최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다수 들어오고 있다”면서 “위헌 소지 등을 포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새로운 운용기준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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