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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효성 없는 비리대책보다 법조인 각성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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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효성 없는 비리대책보다 법조인 각성이 우선이다

입력
2016.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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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정운호 로비 의혹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전관 예우 관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재판부와 연고 관계를 이용한 변호사 선임 차단, ‘법정 외 변론’ 포괄적 금지 명문화, 부당변론신고 센터 개설 등이 골자다. 대법원이 전관예우 파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사건을 수임할 경우 함께 일했던 대법관을 주심에 배정하지 않고, 연고 변호사 수임 사건 재배당 지침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 전관 비리 의혹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법원이 발표한 대책은 허술하고 엉성한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당한 청탁을 하는 전화 변론을 막기 위해 판사실로 걸려온 외부 전화의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은 전형적 탁상행정이다. 친분을 이용해 전화 변론에 나선 변호사가 휴대폰 등 다른 통신수단을 놔두고 버젓이 판사실로 전화를 할 까닭이 없다. 친구나 선후배인 변호사가 걸어온 전화를 녹음해 신고하라고 한다고 곧이곧대로 신고할 판사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직의 자발성에 기대는 부당변론 신고센터도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허술함은 전관 예우가 일부 변호사의 일탈 때문이 아니라 전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현직의 위법 행위가 더 큰 문제라는 각성이 빠진 때문이다. 현직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 한 이런 대책으로 성과를 내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대책의 상당수가 대법원규칙을 개정해 포괄적으로 명시한다고 했을 뿐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실효성을 의심스럽게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추상적 내용이 많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관 변호사 등의 부적절한 접촉 시도와 ‘법정 외 변론’ 행위에 대한 신고를 강제화하고, 이를 어기면 징계나 불이익이 가해져야 한다. 부당변론 신고도 의무화해서 위반 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현직들도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관예우는 법조계 전체의 잘못된 관행의 결과다. 그 동안 법조 비리가 터질 때마다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제도적 감시와 통제는 당연하지만 법조 비리는 본질적으로 판ㆍ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양식에 관한 문제다. 법조인 스스로 법의 공정한 적용을 통해 사법정의를 수호하겠다는 책임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법조인들이 부당 변론을 거들지 않겠다는 결의부터 다져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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