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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길만 닦고 낡은 집은 여전… 저층주거지 정비 기대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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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길만 닦고 낡은 집은 여전… 저층주거지 정비 기대만 못해

입력
2017.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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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재개발 대안 5곳 완료

원주민에 큰 도움 안돼 실망만

인천 남구 숭의4동 수봉영산마을.
인천 남구 숭의4동 수봉영산마을.

25일 오후 인천 남동구 만수2동 만부마을. 차와 사람이 오가는 아스팔트와 벽돌 길은 잘 닦여 있었다. 주민 커뮤니티센터와 경로당도 새 건물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마을 안쪽 슬레이트 지붕과 기와를 얹은 단독주택들은 사정이 달랐다. 외벽에 금이 가고 칠이 벗겨진 집이 있는가 하면 현관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값싼 블라인드가 쳐진 곳도 있었다.

남구 숭의4동 수봉영산마을도 사정이 비슷했다. 꽃이 그려진 도로와 나무 계단은 화사했지만 안쪽 집들은 너무 낡거나 비어있었고 마을 커뮤니티센터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들 마을은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등과 함께 인천에서 원도심 저층주거지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5곳 중 두 곳이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ㆍ재건축 등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 저층주거지 사업이 겉돌고 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저층주거지 사업은 2013년 본격화됐다. 사업지로 모두 21곳이 정해졌다. 중구 인현ㆍ북성, 동구 박문여고 주변 등 3곳은 올해 준공된다. 연수구 농원마을, 부평구 동암초교 주변 등도 2, 3년 내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저층주거지 사업은 소수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나 건설사가 주도하면서 다수 의견이 무시되고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꼽혔다. 적은 돈이 필요해 부동산 시장에 닥친 한파도 비껴 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비나 보수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친다. 기존 정비사업보다 주민들의 재정착률이 높을 뿐 주민 유입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남구 석정마을은 저층주거지 사업을 포기하고 ‘미니 재개발’로 불리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으로 이미 전환했다. 학골마을도 전환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남구 제물포북부역과 계양구 계양문화회관 동측도 중단한 상태다.

저층주거지 사업만으로는 원도심의 인구 유출을 막는 것도 역부족이다. 마을벽화, 꽃길 조성 등을 통해 관광지로 거듭난 송월동 인구는 지난달 기준으로 5,120명(2,290세대)로 2013년 3월 5,926명(2,556세대)보다 800명 넘게 줄었다.

인천시가 민간기업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뉴스테이 등에 더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크고 작은 뉴스테이 사업이 11곳에서 추진 중인 인천에서 벌써부터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앞서 검단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 물량이 남아있어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 지연이나 추가적인 정비구역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이 주저 앉은 이후 저층주거지 정비사업에 기대를 모았던 주민들이 기대에 못 미치자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주민들 주도의 소규모 재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인천 남동구 만수2동 만부마을.
인천 남동구 만수2동 만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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