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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주민들, 46년 이웃 YS와 ‘눈물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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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주민들, 46년 이웃 YS와 ‘눈물의 작별’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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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행렬 보려 모여든 70여명

“마지막 인사 못드려 너무 아쉽다”

“늘 손 잡고 음료수 나눠줬는데…”

현철씨 장례식장 발인예배서

“하느님이 민주화 시급한 시점에

父 통해 통합과 화합 메시지 보내”

26일 오후 국회에서 고 김영삼 전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이 상도동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오후 국회에서 고 김영삼 전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이 상도동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오후 4시 10분쯤 국회 영결식을 마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 전 대통령 사저 골목에 들어서자 애통한 주민들의 울음소리가 눈발이 흩날리는 골목길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오후 2시쯤부터 운구행렬을 보기 위해 모여든 60~70여명의 주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6년간 이웃주민으로 정을 나눴던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상도동 주민들은 운구행렬 도착 전부터 김 전 대통령과의 아련했던 기억들을 곱씹으며 눈물을 훔쳤다.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이웃으로 ‘꼬마동지’로 유명한 이규희(45ㆍ여)씨는 집 앞에 걸어둔 조기를 매만지면서 부은 얼굴로 “이제 다시 못 오실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과 13년 동안 배드민턴을 같이 쳤다는 김순삼(43)씨도 “마지막 인사를 못 드린 게 너무 아쉽다”면서 “꼭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실 것”이라고 애석해 했다. 동네 슈퍼마켓 주인 오석구(67)씨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 이후에도 몇 번이나 사저에 올라갔다 왔을 정도로 마음이 아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가택연금을 당하고 단식투쟁을 벌여 사실상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의미가 서려 있는 상도동 사저에 도착한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1층 안방을 시작으로 5분가량 식당과 거실을 차례로 돌았다. 거실 벽면에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송백장청’(松栢長靑) 휘호와 젊은 시절 연설 장면이 담긴 흑백사진 등을 뒤로한 채 운구행렬은 시민 1,5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저에서 600m가량 떨어져 있는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을 거쳐 현충원으로 향했다. 사저 주변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뒷모습에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운구행렬을 지켜보던 전광래(89ㆍ여)씨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 만나면 늘 손잡고 음료수도 나눠주고 했다”며 “선한 마음을 가진 분이어서 분명 천국에 가리라 믿는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쯤부터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유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인예배가 진행됐다. 김장환 목사의 집례로 시작된 이날 예배에서 차남인 현철씨는 “오늘 날씨가 매섭다. 이 추운 날 왜 하느님께서 아버님을 데려가려 하시나 생각했지만 여기 큰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화가 시급한 이 시점에 아버님을 통해 이 땅에 진정한 통합과 화합이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이날 낮 12시까지 3만7,300여명의 조문객이 빈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발인식을 마친 운구차량은 100여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1시 13분쯤 서울대병원을 나서 광화문→충정로→공덕오거리→마포대교 등을 거쳐 오후 2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영결식을 치렀다. 광화문과 공덕오거리 등 거리 곳곳에서는 수십~수백명의 시민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애도의 뜻을 표하며 운구행렬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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