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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신냉전 구도 우려… 한미 전략적 소통으로 충돌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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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신냉전 구도 우려… 한미 전략적 소통으로 충돌 막아야”

입력
2018.01.01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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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ㆍ위안부 문제로 中ㆍ日 관계 불편

일관된 외교로 신뢰감 높일 필요

북핵 해결에 모든 외교력 집중해야”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한반도 주변정세는 여전히 매우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모습이다. 우선 동북아의 전략 상황을 보면 대립구도의 심화가 예상된다. 지난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위대한 미국 재건’의 기치 하에 중국을 전략경쟁자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부상에 적극 대응하면서, 아직 초보단계에 있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진핑 2기에 들어간 중국은 ‘중국몽’이라는 부국강병책을 근간으로 서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한 ‘분발유위’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민족주의ㆍ전통주의 색채가 짙은 중국외교는 사드 보복, 베트남 석유채굴에 대한 무력사용 위협과 같이 주변국에게 ‘강압적(coercive) 외교’로 투사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정상국가’를 완성하기 위한 개헌 가능성을 엿보면서 북한ㆍ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비한 전력증강을 서두를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결구도 하에서 중국에 편승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강화 등 존재감 확보를 위한 독자 행보를 추구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동아시아에 미ㆍ일 대 중ㆍ러의 신냉전 구도가 생길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북핵문제 등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며, 중국도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환경의 안정이 필요하고 국력 면에서도 미국과 대결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당장 신냉전으로 발전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 또한 중일관계도 금년에는 상호 정상방문을 거론할 정도로 개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주요국관계는 미일과 중러를 중심축으로 경쟁ㆍ협력의 틀 속에서 경쟁이 더 비중을 점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변국과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미국과는 북핵 해법과 동아시아질서를 둘러싸고 이견이 노정되고, 중국과도 사드 보복 이후 정상화로의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일본과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인해 관계회복 노력이 답보상태이며, 러시아와는 북방경제 개발 참여를 통해 관계강화를 꾀하고 있으나 북한문제 관련 협조를 받을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가장 큰 안보위협 요인은 완성단계에 다다른 북한의 핵무장이다. 금년 상반기에 해결을 둘러싼 첨예한 막판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오판ㆍ오산에 의한 무력충돌 위험과 한반도 긴장고조로 인한 경제 피해가 우려된다. 예방공격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 내 군사적 옵션에 대한 잦은 언급과 준비정황은 북한의 도발 위험과 맞물려 의도하지 않은 사태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동시에 북한문제의 임계화도 고려해야 한다. 강화된 대북제재와 압박이 본격 시행되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지속되는 숙청으로 인한 지도층 위축과 함께 북한 정권의 취약성도 증대될 것이다.

이러한 힘든 여건 속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외교안보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방지에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맹국 미국과 간극이 없도록 충분한 전략소통을 유지하고, 공개적으로 한미 불협화음의 인상을 줌으로써 북한에 행동의 자유를 줘서는 안 된다. 둘째,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여야 한다. 북한 생존에 위협을 줄 정도의 압박 없이는 대화의 문이 열리더라도 비핵화는 요원하다. 북한이 핵무장 완성을 선언하고 협상에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야겠지만, 제대로 된 비핵화협상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우세한 입장(position of strength)’을 만드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에 비추어 정제되고 조율된 외교가 긴요하다. 상호 연동된 주변국 관계에서 목표와 우선순위에 맞는 일관된 외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넷째, 실용적 외교를 통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다루어 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외교자산은 주변국의 신뢰다. 중견국외교, 신남방외교, 신북방외교 등으로 우리의 전략공간을 확보하면서 견실한 주변국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우리는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전환기를 살고 있다. 외교는 경제와 달리 쉽게 검증되지 않고 추후 잘못될 경우 후유증이 엄청나다. 북한 비핵화가 달성되고 건전하고 안정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가 확립될 때까지 국론분열로 인한 소모적 국력낭비를 막으면서 비상한 각오로 외교안보체제를 운영하여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ㆍ전 주일대사

●신각수 전 대사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국제법과 동북아 정세 전문가로 통한다. 외무고시 9회로 1975년 외교부에 입부해 일본과장(동북아 1과장)과 조약국장,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을 지냈다. 이스라엘 대사로 일한 뒤 이명박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과 1차관을 차례로 역임하는 등 다자외교와 양자외교에 모두 정통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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