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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특보’ 아내…‘문빠 1호’ 자처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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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특보’ 아내…‘문빠 1호’ 자처하는 딸

입력
2017.05.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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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선인의 가족]

활달하고 적극적 성격 김여사

지방 찾아다니며 대국민 소통

“시장서 장보는 영부인 삶 꿈꿔”

정치 말렸던 전업주부 딸 다혜씨

대선 전날 광화문 유세 깜짝 등장

아들 준용씨는 미디어 아티스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투표를 마치고 자택 뒤편 백련산에 올라 아내 김정숙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지후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투표를 마치고 자택 뒤편 백련산에 올라 아내 김정숙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지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다음날 아침 서울 구기동 자택 앞에 눈이 펑펑 내렸다. 남편과 무거운 침묵의 밤을 지낸 아내 김정숙(62) 여사는 “우리를 지지해준 분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거둬주고 싶다”며 “눈 치우러 나가자”고 문 당선인을 일으켜 세웠다. 이처럼 김 여사는 문 당선인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응원하고 보좌하는 최대 지원군이다. 문 당선인과 함께 비탈길의 눈을 치우며 눈물을 쏟았던 김 여사는 그날 아침의 절박한 심정을 떠올리며 지난 4년 내내 국민들에게 먼저 다가섰고, 결국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게 됐다.

“남대문 시장에서 장 보겠다” 보통사람 퍼스트레이디

젊은 시절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도 활동한 김 여사는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갑작스런 노래 요청에도 선뜻 가곡 ‘바위고개’를 열창할 만큼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다. 지난 대선 때 ‘유쾌한 정숙씨’로 불렸던 그는 이번 대선에서 남편보다 일찍, 그리고 더 많이 움직였다. 지난해 추석 이후 올해 설까지는 광주에서, 설 이후엔 전남 섬 지역을 매주 1박 2일씩 찾은 그에게 ‘호남 특보’라는 새로운 별명도 생겼다. 김 여사가 호남의 바닥 민심을 전하며 각종 충언을 건네는 횟수가 잦아지자 문 당선인이 “요새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라고.

김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돼서도 ‘대국민 소통 특보’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도 “직접 지방을 찾아 다니며 따뜻한 소통을 해 국민들에 도움 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퇴근길에 광화문에 나가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남대문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보통사람의 삶을 살고 싶다”고도 했다.

문 당선인 주변에서는 김 여사가 남편의 부족한 스킨십과 친화력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5년 문 당선인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비문 진영 최고위원들을 집으로 초청해 화해의 자리를 만들었던 것 역시 김 여사가 밀어붙여 성사된 작품이었다.

“난 김정숙씨의 남편”이라고 ‘문불출’을 자처하는 문 당선인과 “아직도 ‘재인씨’라는 호칭이 익숙하다”는 김 여사는 경희대 캠퍼스 커플 출신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여사는 숙명여중과 숙명여고를 졸업한 후 1974년 경희대 음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신입생 시절 ‘알랭드롱’을 닮았다는 말에 혹해 나간 소개팅에서 문 당선인을 처음 만났고, 이듬해 유신 반대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문 당선인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 주면서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7년간 문 당선인이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감옥, 군대,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대흥사 골방까지 찾아 다니는 ‘면회 연애’를 이어갔고, 김 여사의 프러포즈로 1981년 결혼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9대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은 뒤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9대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은 뒤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내내 곤욕 치른 아들, 5년 만에 등장한 딸

문 당선인 내외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뒀다. 지난 대선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도왔던 아들 준용(35)씨는 이번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이 재차 불거지면서 집중 타깃이 된 탓이다. 건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준용씨는 2014년 목사를 아버지로 둔 평범한 여성과 결혼했고,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문 당선인은 선거 당일 “이번 대선 내내 (상대 후보들이) 저를 공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해) 어떻게 말하자면 아들이 희생을 치렀다”며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제 잘해야죠”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버지가 정치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며 2012년 대선 출정식 무대에도 오르지 않았던 딸 다혜(34)씨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광화문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했다. 영상편지를 통해 “아빠 바라기, 문빠 1호 아버지 딸 다혜입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문 당선인은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학창시절 다혜씨가 시험공부로 밤새우는 게 무섭다고 하자, 졸면서 옆을 지켰던 ‘딸 바보’의 모습이 소개됐다. 2010년 결혼해 전업주부인 다혜씨는 영상편지 직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광화문 유세 무대에 올라 문 당선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문 당선인의 가족은 평범하다.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냈던 아버지 문용형씨는 흥남 철수 때 경남 거제로 피난을 온 뒤엔 포로수용소에서 노무 일을 했다. 문 당선인이 군대에서 제대한 직후인 1978년 작고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올해 구순이 된 어머니 강한옥씨는 부산 영도에서 살고 있다. 문 당선인의 형제는 2남3녀이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 재실씨는 주부이고, 남동생 재익씨는 외양 어선 선장으로 주로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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