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현성 기자

등록 : 2018.02.08 18:19
수정 : 2018.02.08 21:11

검찰 “인권보장 사각지대 우려” 경찰”나아진 게 없는 권고안”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 두고 이견

등록 : 2018.02.08 18:19
수정 : 2018.02.08 21:11

검찰 “통제 안 되는 영역 생겨

큰 사회적 비용 초래할 것”

경찰 “검찰에 큰 사건 다 맡기는

예외적 수사가 너무 많아”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가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경찰의 독립적 수사권을 한층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수사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은 경찰에게 줘선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

개혁위가 8일 밝힌 검ㆍ경 수사권 조정 권고안에 따르면 우선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삭제하고, 검ㆍ경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규정하도록 주문했다. 경찰의 개별 1차 수사사건에 대해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검찰에 접수된 고소ㆍ고발ㆍ진정 사건 수사,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변사사건 수사, 경찰의 영장 신청시 보완수사 등 부분적으로만 검찰이 경찰에 구체적인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개혁위는 이날 경찰이 원하는 핵심인 독자적 수사 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은 검사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현행대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반려했다고 판단될 때는 경찰이 외부 위원을 다수로 구성하는 각 검찰청 내 영장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2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권고안을 두고 검ㆍ경 관계의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는 평가와 함께 수사실무상 적잖은 부작용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우선 검찰은 경찰에 수사 ‘지휘’ 권한을 상실하고 ‘요구’할 수 있다는 데 그치는 새로운 검ㆍ경 관계를 규정한 권고안 대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다. 서울 소재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검찰 접수 고소ㆍ고발 사건 등에 한정된 몇몇 영역에 예외적 지휘권을 인정하는 것은 검찰 입장에선 그 무게감이 엄청나다”며 “수사실무상 합리적인 통제가 안 되는 영역이 생겨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휘권’은 따라야 할 문제인데, ‘요구’는 경찰의 이행을 두고 상당한 충돌을 초래할 개념”이라 덧붙였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보장이나, 적법 절차 준수 측면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많았다. 형사부에 오래 몸담았던 전직 검사는 “경찰에 1차 수사권 권한을 보장하면서 검찰의 적절한 지휘권마저 없애면 자칫 ‘경찰국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이라 지적했다.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현행대로 하되, 경찰의 신청에 부당한 기각 사유가 있을 때는 각 검찰청 내 영장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이의제기를 하도록 한다는 권고안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검찰 내 반응이 나왔다. 서울 소재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헌법 개정을 한다면 모를까 수긍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형사사법에선 누군가 한 쪽이 결단을 낼 수밖에 없는데, 이의를 다 받게 돼 심의위에서 양 쪽이 허구한날 싸우면 수사진행은 상당히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 기밀이 유출되거나 심의위원 중 이해관계자 존재 여부를 가리는 데도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같은 검찰청 한 검사는 “법원의 영장 기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도 없는데, 사실상 2차 판단을 하는 영장심의위를 왜 두냐”고 반문하며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도대체 바뀌는 게 뭐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지휘’를 ‘요구’로 바꾼 말장난 수준”이라며 “지금도 경찰이 1차 수사의 98%를 하는데, 검찰에 큰 사건을 다 맡기는 예외적 수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 발표 때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경제ㆍ금융 등 일부 특별수사로 한정했는데, 이번 안은 공직자 사건, 부패사건, 선거 사건 등이 더 들어갔다”며 “일선 경찰관은 변화를 실감할 수 없는 실망스러운 안”이라고 깎아 내렸다. 핵심인 영장청구권 인정을 못 받고, 영장심의위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만 두라는 내용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심의위 결과를 ‘존중하라’고만 돼있다. 구속력도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권고안이 사실상 양 기관의 수사실무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법조인들의 견해도 있다. 서울 소재 검찰청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지금도 검찰에 온 고소ㆍ고발 사건이나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영장 신청 말고는 경찰 심기를 건드릴 지휘는 거의 없는 편”이라며 “딱히 큰 변화가 예상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대한민국종합 9위 3 0 2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미국 보호무역에 일본은 빠지는데…한국은 ‘동네북’인 이유
美, 한국 철강산업에 최강 ‘관세폭탄’ 예고… “수출 포기할 판”
지방선거 모드 돌입하는 홍준표, SNS서 이념전쟁 전초전
‘1등 선수는 항상 마지막에 출발한다?’ 출발순서에 숨은 재미
계속되는 서울 부동산시장 강세… 설 이후 전망은
[특파원24시] 유커 씀씀이 줄어들자… 일본 관광업계, 대만 고소득층 공략
연출가 이윤택, 성추행 이어 성폭행 폭로까지… 파문 커져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