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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문화의 거리' 살리는 미대생의 붓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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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문화의 거리' 살리는 미대생의 붓터치

입력
2014.12.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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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 된 인하대 후문 거리서 학생들 수업 연계 프로젝트 진행

기념비·벽화 꾸미고 공연 열기도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16일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 문화의 거리'에서 인하대 미술과 학생들이 거리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의 일환으로 기념비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16일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 문화의 거리'에서 인하대 미술과 학생들이 거리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의 일환으로 기념비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수도권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6일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대 후문 건너편 인하 문화의 거리. 인하대 미술과 학부생들이 작은 사다리에 올라 거리 기념비에 붓질을 하고 있었다. 옷을 여러 벌 껴입고 주머니마다 핫팩도 넣었지만 찬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영하의 날씨에 손이 곱고 뺨도 얼었지만 페인트를 칠하는 붓질은 계속 이어졌다.

미술과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지는 3주째. 그 동안 광고 전단지로 뒤덮이고 색이 바래 흉물스러웠던 기념비는 흰색과 파란색 페인트로 새단장됐다. 행인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던 상가 골목 벽에는 근사한 그림도 그려졌다.

미술과 3학년 박상아(22·여)씨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지만 화방을 운영하는 미술과 선배님, 상인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며 “우리 학교 앞이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아 작업에 더 정이 간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 생긴 인하거리는 서울 대학로처럼 ‘젊은 감성이 넘치는 거리’를 목표로 출발했다. 남북 118.5m, 동서 223.5m의 십자로에는 국내 1호 경인철도의 설계도 모형 등 상징물과 철로 모양의 화강석길, 광장과 벤치 등이 설치됐다. 차 없는 거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도 지정됐다.

그러나 인하거리도 전국에 산재한 다른 문화의 거리와 같은 길을 걸었다. 문화를 접목한 특색 있는 거리를 표방했지만 어느새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술집과 밥집만 즐비한 먹자골목이 됐다.

그런 거리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인 것은 지난해였다. 인하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돼 작년 3월 구성한 문화자치연구소 ‘거리울림’은 그 해 6월부터 거리 부활에 나섰다.

거리울림은 남구청 등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여름 야시장과 문화공연을 결합한 ‘열대야시장’, 상가 옥상에서 여는 작은 콘서트, 카페에 차린 작은 영화관 등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백지훤(31) 거리울림 대표는 “지도교수님이 그 동안 지역에서 도움받은 게 있을 텐데 돌려줄 기회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가볍게 던진 얘기가 동력이 됐다”며 “호응이 엄청나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옛날보다 재미있어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부침도 있었다. 학부생들의 참여가 부족했고 지역 상인들과 갈등도 겪었다. 상가 앞에서 공연을 하다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핀잔을 들었고 거리 부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주민도 있었다.

결국 거리울림 활동은 방향을 틀었다. 상인과 주민,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부터 다시 시작했다. 거리울림은 올해 상인들의 얘기를 수집하면서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지역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 ‘동네가수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신한철 인하대 미술과 교수, 미디어예술론 수강생과 함께 거리를 새단장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이 일환이었다.

백 대표는 “시각디자인과 등 다른 학생들과 함께 거리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조금씩 바꿔가다 보면 5년, 10년 후쯤 전체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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