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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증시 신용융자 경고

입력
2018.02.09 15: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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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는 신용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1억원의 예금을 받은 은행이 지급준비율에 따른 최소 자금만 남기고 나머지 자금을 다시 대출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해 결국 원래 1억원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자금을 융통하는 게 대표적 예다. 그런 신용 기능이야말로 자본력을 크게 증대시켜 막대한 투자를 가능케 했고, 오늘날의 산업과 거대 기업을 일구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다른 모든 좋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신용 활용도 지나치면 반드시 독이 됐다.

▦ 지나친 신용 활용으로 경을 친 사례로는 1990년대 미국 월 스트리트를 주름잡았던 투자회사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를 들 수 있다. 당시 귀재로 꼽혔던 채권 브로커 존 메리웨더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스와 로버트 머튼 등 ‘금융천재’들과 손잡고 만든 헤지펀드였다. 특정 채권 등 상품 가격이 나라별, 또는 선ㆍ현물 시장 간 다를 경우, 가격이 낮은 시장에서 상품을 사서 비싼 시장에 매도해 매매차익을 노리거나, 보유해 가격상승을 노리는 ‘차익거래’에 주력했다.

▦ 오늘날 상품의 시장 별 가격차는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익거래에서 충분한 수익을 누리려면 투자규모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 1억원 투자해서 1,000원 먹는 대신 1조원 투자해 1,000만원 먹는 식이다. LTCM은 그런 식으로 1994년부터 3년간 누적 40%라는 경이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997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투자 원금의 26배까지 달했던 레버리지 투자가 폭락하자, 1,200억달러 펀드는 순식간에 950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무너졌다.

▦ LTCM이 엄청난 ‘뻥튀기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던 레버리지 투자는 주식시장의 ‘신용융자’와 비슷하다. 주식 투자자가 소정의 신용거래보증금을 내고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투자토록 하는 제도다. 증시 호황 때 급증하지만 너무 많아지면 그만큼 증시에 거품이 쌓였다는 경고로 읽힌다. 최근 미국 증시의 세 차례 폭락이 신용융자 과잉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신용융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넘는 등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1년여에 걸친 증시 회복세가 어느새 지나쳐 비정상적 거품 지경에 이른 것일까.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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