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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성ㆍ폐렴 확인한 실험데이터 고의로 삭제해 옥시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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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성ㆍ폐렴 확인한 실험데이터 고의로 삭제해 옥시에 제출”

입력
2016.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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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청탁 받고 1200만원 수뢰

연구비 5600만원 가로채기도

유서 발견… 보호 차원에서 구속

“옥시ㆍ김앤장도 결과 알았지만

유리한 내용만 검찰에 제출했다

뒷돈 받았다면 세금 냈겠냐” 반박

옥시레킷벤키저 측에서 금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위조 등)를 받고 있는 조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옥시레킷벤키저 측에서 금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위조 등)를 받고 있는 조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뒷돈을 받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한 연구보고서를 써 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모(56) 서울대 교수가 생식독성 및 간질성 폐렴이 확인된 실험데이터를 고의로 삭제한 보고서를 옥시에 제출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조 교수는 그러나 옥시가 자신의 보고서 중 불리한 내용은 제외한 채 일부 내용만 발췌ㆍ왜곡해 검찰 및 법원에 제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8일 검찰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조 교수는 2011년 9월 옥시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맺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평가’ 연구용역(간접비 포함 연구비 2억5,200만원)의 연구책임을 맡았다. 조 교수는 한 달 뒤 “신속하게 흡입독성실험을 진행하고, 평가결과가 옥시에게 유리하게 도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옥시 측의 청탁을 받고 10~12월 석달에 걸쳐 본인 계좌로 1,200만원을 따로 받았다. 조 교수는 이듬해 4월 실험결과를 토대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생식독성이 확인된 임신한 쥐에 대한 흡입독성실험 데이터 ▦간질성 폐렴이 확인된 실험군 데이터 ▦간질성 폐렴이 나타나지 않은 대조군 실험 데이터 등 옥시에 불리한 내용을 고의로 삭제했다. 조 교수는 나머지 실험 결과만을 근거로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차별적인 질환을 관찰할 수 없었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작성해 옥시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조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실험과는 무관한 폐암치료 관련 DNA 분석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면서 옥시 연구용역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하는 것으로 꾸며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25차례에 걸쳐 5,600여만원의 연구비를 가로챘다며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조 교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조 교수의 유서를 근거로 “그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 등으로 극한 상황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은 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조 교수를 구속했다.

조 교수 측은 그러나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교수를 변호하는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옥시와 옥시 변호를 맡은 김앤장이 살균제의 독성이 있다는 실험결과를 다 알고 있었으며, 유리한 내용만 검찰에 제출한 것은 옥시와 김앤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가 옥시 영국 본사 및 미국ㆍ싱가포르 등의 옥시 관계자, 김앤장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11월 중간발표, 2012년 2월 최종발표를 갖고 생식 독성실험과 흡입 독성실험 결과를 모두 알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2012년 4월 최종보고서에 간이나 신장 등 다른 장기의 질환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으며, 2013년 4월 김앤장 변리사와 옥시 연구원이 실험 데이터도 받아 갔다”고 말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결론 지은 조 교수의 보고서를 미국계 컨설팅업체 그레디언트의 자문을 받아 검찰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조 교수가 개인계좌로 받은 1,200만원에 대해서도 “뒷돈으로 받았다면 종합소득신고를 하고 세금까지 냈겠냐”며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또 “조 교수가 죽음으로라도 결백을 입증해야겠다고 생각해 압수수색 7,8일 전 가족과 변호인 등에게 5,6통의 유서를 썼는데 이것이 검찰 압수수색에서 발견돼 신변 보호차원에서 긴급체포 및 구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를 구속하며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9일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와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 등 2명을 다시 불러 제품의 유해성을 인식하고도 살균제를 제작하고 판매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영국 본사가 제품 유해성을 알고 있었는지 증거조작에 관여했는지도 캐물을 계획이다. 검찰은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소환할 예정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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