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극우정당 독일 제3당 등극 ‘AfD 쇼크’

알림

극우정당 독일 제3당 등극 ‘AfD 쇼크’

입력
2017.09.25 17:08
0 0

득표율 12.6% 예상의석 약 90석

충격받은 시민들 “나치 반대” 시위

독일 국가주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와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가 24일 총선 직후 손을 들어 선전을 축하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독일 국가주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와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가 24일 총선 직후 손을 들어 선전을 축하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우리가 메르켈을 사냥할 것이다.”

극우 국가주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서자 이렇게 선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선 승리로 4연임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그는 집권 4기에서 독일에서 오랜 금기였던 국가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반 이민 여론을 등에 업은 작지만 강력한 견제세력을 맞이하게 됐다.

25일 독일 ARD방송 총선 결과 잠정 집계에 따르면 AfD는 전체 12.6%의 지지율을 얻었다. 당초 여론조사 기관들이 예상했던 11%보다도 높은 수치로, 예상 의석은 약 90석에 이른다. 결과 분석에 따르면 AfD는 주로 메르켈 정권의 중도화에 실망한 보수성향 유권자와 낙후된 옛 동독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 득표(587만표) 중 기민당(CDU)에서 약 98만표, 사민당(SPD)에서 약 47만표가 AfD로 넘어왔다. 여기에 장기 집권한 메르켈 총리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돼 기존 비투표자 약 69만명의 표를 추가로 끌어왔다. 또 낙후된 옛 동독 지역에서는 지지율 20.5%로 좌파당(17.3%) 사민당(14.6%)을 따돌리고 지지율 2위 정당이 됐으며, 기민당의 텃밭이었던 남부 작센주에서도 27%를 득표, 기민당(26.9%)을 제치고 가장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망외의 성과를 거둔 AfD의 표적은 당연히 메르켈 총리와 그의 포용적 난민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이날 “메르켈이든 누구든 쫓아내고 이 국가와 국민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리체 바이델 공동대표 역시 “메르켈의 2015년 국경 개방 결정이 합법적이었는지 검토하기 위한 의회 조사위원회를 열겠다”며 메르켈 총리의 이민 정책을 정조준했다. 이는 AfD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요구와도 부합한다. 독일 국영 도이체벨레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AfD에 투표한 유권자 89%가 “메르켈 총리의 이민정책은 독일 시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85%는 “강력한 국경 통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AfD가 총선에서 선전하자 독일 시민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AfD는 지난 2일 가울란트 공동대표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독일인은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독일 군인의 업적을 자랑스러워 할 권리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공공연히 극우 성향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24일 베를린에 있는 AfD 당사 앞에는 시위대가 몰려들어 “나치는 떠나라” “크게, 분명하게 말하건대 난민들을 환영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청년 율리우스(25)는 미국 CNN방송에 “AfD가 13%나 얻을 줄 몰랐다. 독일 역사를 돌아보면 더욱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는 AfD를 지지한 13%에 대응해 자신은 극우주의에 반대한 87% 소속이라는 의미에서 ‘87퍼센트(#87Prozent)’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도 25일 기자회견에서 AfD에 대해 “국가의 정책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며 함께 연정을 구성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