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 기자

등록 : 2017.12.13 15:14
수정 : 2017.12.13 21:40

[짜오! 베트남] 산타는 오토바이를 타고~ 어린이 선물 택배업체들 신바람

<32> 크리스마스 풍경

등록 : 2017.12.13 15:14
수정 : 2017.12.13 21:40

아이들 ‘산타=만화 캐릭터’ 인식

산타 복장한 2인 1조 배달 직원들

선물 주고 놀아주는 서비스 제공

‘크리스마스 때 무엇 하느냐’에

베트남인 50% “불빛장식 구경”

트리 등 배경으로 사진찍기 열풍

호찌민시 응우옌 후에 거리변의 한 호텔에 설치된 산타클로스 불빛 장식 뒤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시사철 비슷한 자연환경을 보이는 베트남에서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에 즈음해 시내 곳곳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 장식들이 큰 인기를 끈다.

12월에도 반소매를 입어야 하는 베트남이지만 크리스마스(12월 25일)를 앞둔 요즘 밤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시내 곳곳에 불빛 장식들이 설치되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호텔과 쇼핑몰, 식당 등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어김없이 세워져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는다.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 비율이 10% 미만인 베트남이지만, 1980년대 개방ㆍ개혁 정책으로 쏟아져 들어온 외국기업과 외국인들이 크리스마스를 같이 즐기면서 해당 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프랑스 지배 영향으로 크리스마스를 프랑스어인 ‘노엘(Noel)’ 이라고 부르는 베트남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들여다봤다.

‘찰칵찰칵’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2주 정도 앞둔 지난 11일 오후 7시 호찌민 시내 한 백화점 앞. 손에 들린 것들로 보아 쇼핑객으로 보기 어려운 친구, 연인, 가족 단위의 수많은 사람이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남자친구와 모처럼 시내 산책에 나섰다는 직장인 쫑 티 미 두웬(32)은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시즌”이라며 “평소 잘 걷지 않지만,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는 오토바이를 멀리 세워놓고 시내를 누빈다”고 말했다.

하노이의 성요셉성당과 함께 크리스마스 성지로 유명한 호찌민의 노트르담성당 인근의 다이아몬드 플라자 앞에서도 인파 사이로 사진사들이 거리를 누볐다. 15년 경력의 사진사 호앙 녀역(50)은 “크리스마스 이브(24일)가 대목이다. 요즘 하루 20~30명, 전야에는 하루 200명씩 찍는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연결한 사진프린터로 즉석에서 A4사이즈 인화지에 출력해주고 받는 돈은 4만동(약 2,000원)이다.

한 마케팅기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불빛장식 구경’이라고 답했다. 계절 변화가 뚜렷한 한국과 달리 1년 동안 여름이 지속돼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자연풍경을 즐길 수는 없지만 연말 휘황찬란한 불빛장식이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는 이야기다.

저작권 한국일보

호찌민시 노트르담성당 인근의 다이아몬드 프라자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 장식들을 배경으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산타클로스는 만화 캐릭터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크리스마스하면 산타클로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긴 하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5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기독교 신자 홍 번(29ㆍ여)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정도이지, 기독교인들도 산타클로스 캐릭터를 동원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는 경우가 없다. 애니메이션 속 한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열대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베트남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들의 분석이다. 북쪽 지역이라 하더라도 웬만한 고산지대가 아니면 눈이 내리지 않는 등 루돌프 사슴, 썰매, 두꺼운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는 여러모로 ‘믿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산타와 관련된 동심이 없고, 한국의 부모들처럼 매년 산타가 아닌 자신들이 아이에게 선물을 줘왔다고 ‘커밍아웃’할 시기를 놓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호찌민국제학교(ISHCMC) 교사 다리에(39)는 “1학년(7세) 아이 중 산타로부터 선물을 받는다고 기대하는 친구들은 없다”고 말했다.

산타가 인기 만화 캐릭터 정도로 여겨지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산타를 이용한다. 레스토랑 종업원은 물론, 주차요원, 키즈카페 직원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일을 한다. 특히, 산타 복장으로 아이들 선물 배달에 나서도록 하는 택배업체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린다. 최근 수년 사이 급증한 비즈니스모델로, 베트남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산타 복장의 2인 1조 배달 직원들이 예약된 시간에 미리 준비한 선물을 배송한 뒤 아이들과 함께 캐럴을 부르며 놀아주는 서비스다. 배송 거리, 선물 무게와 개수 등에 따라 최소 8만동(약 4,000원)에서 최대 25만동의 비용이 든다.

호찌민시 노트르담성당 인근의 다이아몬드 프라자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 장식들을 배경으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새 아이콘 ‘오토바이 산타’

하노이에 있는 업체 ‘옹자노엘비엣’의 지압 반 하이는 “크리스마스까지 2주가 남았지만 이미 5,000건의 배송주문을 받아 놓고 있다”라며 “앞으로 최소 7,000건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오토바이 산타’ 모집을 시작했으며, 이 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흘 정도 집중적으로 일하는 이들은 하루 최대 100만동(약 5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크리스마스 전야 시내 교통정체다. 연중 시내가 가장 붐비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날이다. 호찌민 같은 대도시의 도심은 친구나 가족, 연인과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호찌민 시내 중심의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는 딘 비엣 지웅(33)은 “집까지 오토바이로 30분 거리지만 크리스마스에는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라며 “휴가를 내거나 일찌감치 퇴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8년째 거주 중인 인도인 아뚤 디씻 푸르덴셜 파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의 크리스마스에서 종교색은 찾아볼 수 없다”라며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데 좋은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주문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을 준비하고 있는 산타 복장의 배송 요원들. 2인 1조가 돼 선물을 배달한 뒤 캐럴송을 불러준다. 거리와 선물 무게, 개수에 따라 8만~25만동(4,000원~1만2,500원)의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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