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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거리에 선 김종인의 선택

입력
2017.03.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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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넘나든 경제민주화 정치 5년

시대정신 이룰 유연한 선택 남아

안철수가 그나마 현실적 대안일 듯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이하 직함 생략)가 결국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에 둥지를 튼 지 1년 2개월 만이다. 김종인의 향후 행보가 10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으로 본격 개막된 ‘벚꽃 대선’ 정국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종인으로서는 국회의원직까지 내놓았으니, 그야말로 표표히 다시 거리에 나선 셈이다. 우국지사인 그의 조부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일제 강점기에 스스로 가인(街人)이라는 말로 호(號)를 삼았다. ‘거리의 사람’, 곧 나라가 없어 뜻을 펴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제 고희도 한참 넘긴 손자가 다시 거리로 나서니, 지사(志士)의 떠돎이 한 집안의 내력인 건지 이 나라의 척박한 토양 때문인지 알 길 없다.

김종인이 정치의 전면에 떠오른 건 2012년 대선 국면에서다. 신자유주의의 퇴조와 함께 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이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일찍이 헌법 119조 2항, 곧 ‘경제민주화’ 조항의 입안자인 김종인에게 풍운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그를 향한 여야 정치권의 ‘러브콜’은 대개 그를 선거 승리를 위한 간판으로 써먹는 데 그쳤을 뿐, 그의 정책과 정치력을 기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2012년 대선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캠프로서는 ‘보수개혁’이라는 상표가 필요했다. 김종인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제민주화 깃발을 올렸다. 새누리당 정강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새로 넣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 내에서 김종인은 입 바른 소리나 해대는 ‘껄끄러운 꼰대’일 뿐이었다. 결국 김종인은 2013년 12월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얘기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했다.

그때 거리로 나선 김종인이 지론인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새 둥지로 찾은 게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 등 당내 ‘비문 세력’이 탈당하는 위기에 몰린 문재인 당시 대표가 삼고초려로 그를 영입했다. 김종인은 단순히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외연 확장을 통한 민주당의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적적인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민주당에서도 다시 ‘찬 밥’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일찍이 그가 지칭했던 당내 ‘친문ㆍ운동권세력’에 의해 사실상 축출된 끝에 이번 탈당을 결행한 셈이 됐다.

결국 지난 5년간 여야를 넘나들며 일군 작지 않은 정치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또 다시 빈 손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의 ‘정치적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그를 쓰고 버린 여야 정치세력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겨둔 경제민주화의 여지에 대체로 비례한다. 요컨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청이 향후 벚꽃 대선에서 김종인이 활용할 정치력의 기반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종인이라는 ‘시대정신’이 향후 대선 정국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우선 김종인 자신부터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크다. 경제민주화론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옳아도 성장전략을 거의 도외시 하고 있는 건 큰 문제다. 따라서 김종인은 향후 경제민주화에 더 많은 진전을 이룰 정치적 선택을 하되,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에도 소신과 비전을 가진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

김종인의 향후 정치적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본인이 대선에 나오진 않을 것이고, 새누리당 출신들도 합리적 선택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재인과의 제휴는 이미 물 건너 갔다. 혹시 안희정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남는 선택은 안철수 정도라는 결론이 나온다.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결별의 추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안철수가 김종인에게 손을 내밀고 김종인이 그 손을 잡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그나마 가장 잘 실현될 최적의 대선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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