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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경비정 '항박일지 위조', 정장·승조원 모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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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경비정 '항박일지 위조', 정장·승조원 모의했다

입력
2014.07.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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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세월호 참사 열흘 후부터 시나리오 만들어 공유 가능성"

언론 인터뷰·감사 때 해명도 거짓…김경일 경위 구속영장 청구

목포해경 전용부두에 123정이 정박해있는 모습.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해역에서 최초로 구조 활동을 벌인 123정은 그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기 위해 업무에서 배제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목포해경 전용부두에 123정이 정박해있는 모습.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해역에서 최초로 구조 활동을 벌인 123정은 그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기 위해 업무에서 배제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당시 첫 구조에 나섰던 목포해경 123경비정 정장과 승조원들이 참사 열흘 가량 후인 4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항박일지’조작을 모의했으며, 조작된 내용에 따라 언론인터뷰와 감사원 감사에 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탈출 안내방송을 했다”는 인터뷰 내용뿐 아니라 “첫 구조자들이 선원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해명도 거짓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팀장 윤대진 형사2부장)은 30일 123정 정장인 김경일(53) 경위에 대해 공용서류 손상, 허위공문서 작성ㆍ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앞서 김 경위의 노트북에서 구조 과정을 허위로 정리해놓은 문서 파일을 확보했다.

문서가 작성된 4월 25일은 합동수사본부가 해경에 대한 수사를 예고한 날이다. 다음 날인 26일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며 해경의 초기 대응 부실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던 시점이었다. 김 경위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만들어 승조원들과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 경위 등 123정 승무원들은 문서 작성 시점으로부터 3일이 지난 4월 28일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이들은 “탈출 안내 방송을 5분간 했다” “좌현 함미 쪽에 사람이 보여 가서 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김 경위 등이 4월 16일자 항박일지를 찢어버리고, 모의한 내용대로 써넣은 시점은 5월쯤으로 보인다. 검찰은 123정 승조원들의 진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항박일지는 수기로 쓰도록 돼 있으며, 원본을 찢어버린 뒤 미리 컴퓨터로 정리해 놓은 것을 적어 넣었다”며 “노트북에서 허위 구조과정 내용이 나오면서 승조원들의 입맞추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 경위 등은 5월 14일 시작된 감사원 감사 전에 항박일지 위조를 마치고, 감사원 진술도 그에 맞춰 반복했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서의 내용을 그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더불어 김 경위 등이 기자회견에서 “선원들이 유니폼을 입지 않아 구조된 사람들 중에 선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부분도 거짓이라고 밝혔다. 123정이 찍은 사진에 유니폼을 입은 선원이 분명히 나와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몰랐을 리 없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은 김 경정 등의 항박일지 위조가 해경 수뇌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사고 당시 현장에서 123정에게 구조를 지시했던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을 참고인 자격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123정에 타고 있던 승조원들이 모두 공범이라고 볼 수 있다”며 “김 경위는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윗선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조 부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편 김 경위의 노트북에서 ‘죽고 싶다.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느냐’는 자살 암시 문서가 발견돼 검찰이 김 경위를 긴급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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