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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분식회계 맞지만 고의성 없다" 애매한 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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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분식회계 맞지만 고의성 없다" 애매한 절충

입력
2015.09.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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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3800억원대 분식' 판단

과징금 20억 중징계 내렸지만

전·현직 임직원 검찰 고발은 안해

대손충당금 반영 않는 관행에 제동

건설업계 "파장 커질라" 촉각

금융위원회가 대우건설이 3,8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결론짓고 과징금 20억원의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고의성은 없는 분식회계’라는 애매한 절충안으로 검찰 고발을 비껴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과 같은 회계관행을 유지해온 건설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대우건설이 3,896억원 상당의 손실을 과소 계상한 혐의로 과징금 20억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이다. 현직 대표이사에게도 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년간 감사인을 지정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을 감사하며 회계감사 기준을 위반한 삼일회계법인에도 과징금 10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삼일회계법인에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과 대우건설 감사업무 제한 조치도 내려졌다. 소속 공인회계사도 감사업무 제한 등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앞서 심의를 진행한 감리위원회와 유사한 결정이다. 증선위의 사전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대우건설에 과징금 20억원을,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 과징금 10억6,000만원을 각각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반면 앞선 금감원의 회계감리 결과는 상당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2013년 12월 대우건설이 국내외 40여개 사업장에서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은폐했다는 내부자 제보를 받고 회계감리에 착수해 올해 6월 대우건설이 고의적으로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해 이익을 부풀렸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과징금 부과와 함께 대우건설 전·현직 대표이사와 전직 담당 임원 검찰 고발 등의 내용을 담은 제재안을 증선위 측에 전달했다.

이처럼 금감원과 감리위가 엇갈린 판단을 내리자 증선위는 두 차례의 정례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감리위 측의 의결과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확정했다.

다만 감리위 때보다 분식회계 규모는 더 늘어났다. 감리위가 적발한 분식 규모 2,450억원에 합정 사업장의 분식 1,446억원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지적된 분식회계 규모는 10개 사업장, 3,896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 규모나 징계 수위를 볼 때 금융위가 감리위의 결정 사이에서 절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분식회계에 대한 ‘애매한 판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증선위는 대우건설이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10개 사업장 모두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역시 대부분 사업장이 고의성이 있다고 본 금감원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전·현직 임직원의 검찰 고발 등의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재 양정기준의 분식회계 하위 항목이 있는데 여기서 ‘고의’가 아닌 '중징계'로 판단을 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회계법인의 한 대표는 “현실적으로 통용되는 분식회계라는 용어는 부정한 목적을 가진 고의적인 회계 조작 행위를 말한다”며 “이런 식이면 일반적인 회계처리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분식회계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업계 회계처리 관행이 송두리째 흔들려 건설업체 상당수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대손충당금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현장들 가운데는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사업장이 있다. 이 회사들도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회계처리 위반으로 과징금 제재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을 의식한 듯 회계감리가 다른 건설사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회계감리는 구체적인 증거나 혐의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이번 징계로 감리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업의 회계기준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발표하기로도 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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